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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다는 것과 잘 큰다는 것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6년 01월 20일

 


박경미(수필가·SM교육)


 


 집 안에 가만히 있는데도 으스스 한기가 든다. 겨울이 왔다고는 해도 좀처럼 추워지지 않는 날씨에 무방비 상태로 있었는데, 어저께 내린 첫눈이 몰고 온 한파가 만만치가 않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고 을씨년스러우면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도움이 되지도 못하면서 독거노인이 걱정스럽고 소년 소녀 가장들에 대한 연민이 다른 때보다 더 커지는 건 그래도 내 마음 속에 따뜻함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어서일까? 


 


 조용하다. 살짝 문을 열어본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아이방문조차 마음대로 열지 못한다. 때론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인격이 있으니 그 정도는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가라앉혀 본다.


 


 아니나 다를까 큰 아인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워 독서에 한창이다.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다빈아”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 독서 하는 일이 나쁜 일도 아니건만 아이는 언제나 내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중학교 졸업고사를 끝낸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곧 있으면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하니 공부를 좀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저보다 내 마음이 더 급하다. 좀 전에도 “다빈아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될 텐데 기초실력이라도 좀 갖추고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내 말에 “알았어요, 들어가서 공부할께요” 했던 터라 어쩌면 놀라는 일이 당연한 걸까. 그래도 왠지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책 많이 읽는 아이가 공부 못할 리 없고 공부 잘하는 아이 치고 책 많이 안 읽은 아이 없다는 소리는 수도 없이 많이 들었고, 나 역시 독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책 읽는 문제로 아이를 닦달하고 아이에게 부담을 준다는 일이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에게 실망스럽기도 해서 일까?


 


 큰 아인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가끔씩  “다빈이 공부하기 싫으니까 책 읽는 거지”라는 나의 놀림을 당할 만큼 공부하는 일보다는 책 읽는 일에 더 열심이다. 다른 집 아이들은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걱정이라지만 시험기간에도 책만 들고 앉아있는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아마 내 심정을 알 것도 같으리라.  


 


 중3, 중1인 두 아이를 기르는 부모로 살면서 아이를 잘 기른다는 일에 대해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은 이 방법으로, 자고 나면 내일은 또 다른 방법으로 그러다가 어느 날 전문가들의 좋은 의견을 듣고 나면 또 그 방법이 좋을 것 같애 하는 생각으로 수도 없이 마음을 다져보곤 한다. 나도 ‘내 아이 만큼은!’ 하는 생각을 하는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부모의 한 사람인가. 


 


 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땐 소위 말하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성적에 더 잘할 수 있으리라 내심 기대를 했고 나름대로 아이를 잘 교육시키는 방법을 모색했다. 자식농사만큼은 부모의 뜻대로 되어주지 않는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일로 생각해왔었는데 지난 3년간은 정말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학교 첫 시험 결과를 받아들고 실망하는 내게 어쩌면 너무 당돌하다 싶게  


 


 “엄마는 내가 공부만 하는 일등이 되길 바라세요, 아니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읽   고 싶은 책 읽어가면서 내 삶을 가꾸길 바라세요. 그렇게 하면서도 상위 10%정도   의 성적은 유지하도록 할께요.”라고 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잠시 망설였지만 난 결국 후자의 의견에 동의해 주었고 그때부터 아이는 나름대로의 세계관을 가지고 자신의 시간표를 완성해갔다. 가끔씩은 제가 말한 10%의 성적을 뛰어 넘어 나에게 원망을 듣기도, 나를 불안하게도 했지만 중학교 전체의 성적을 말해주는 졸업성적을 보았을 때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켜주었다.   


 


 ‘누구 집 아이는 몇 등 한다더라’ 하는 이야기에 내 아이가 섞이지 못해 안타깝거나 속이 상한 적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분야 저 분야의 책들을 많이 보아 온 덕분에 내가 모르는 야사에서부터 일반상식까지 척척 읊어대는 아이에게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속으로는 내심 흐뭇해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거기에다가 중학교 시절 내내 각종 글쓰기 대회, 독서토론대회 영어 연극대회, 심지어는 웅변대회, 등 각가지 분야를 기웃거리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덕분에 중학교 생활이 재미있었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는 아이가 내심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게 어떤 것일까? 아이가 처음 이 세상에 나오던 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한시도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지만 잘 키운다는 건 하나의 추상적인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어떻게 뒷받침 해 주고, 어떤 식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은 우리 부모들이 생각하는 만큼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내 아이가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거나 특출해 준다면 부모로서 더 이상의 만족은 없겠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우리들 부모들도 모두들 알고 있다. 잘 키운다는 건 이미 잘 커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과잉 돌봄이 아닐까싶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더 떨어졌다. 창밖에 바람소리도 예사롭지가 않다. 오늘 밤엔 아이들이랑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따뜻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아야겠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잘 커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아이들로 커 가는 과정을 지켜보아야겠다.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6년 0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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