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산을 오르며
부곡동 출신 김기홍(경찰청 정보국)
날씨가 쾌청한 주말 오전 모처럼 작심하고 북한산을 올랐다. 등산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한번쯤 느꼈을 법한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다.
우선 연령계층 상관없이 저마다 심신단련을 위한 더없이 좋은 유산소 운동이며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의 생각이 복잡할 때 모든 시름을 잊고 많은 생각을 하며 걸을 수 있는 운동은 등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전자는 물론이거니와 후자에 더 등산의 참맛을 느끼고 있다. 요즘 이런저런 고민으로 간단한 등산복차림에 마실 물도 챙기고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화계사 냉골매표소를 경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자락을 한 걸음 한걸음 걸으며 여름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게 주위의 많은 거목의 잎자락이 바람을 간간히 불어주어 너무 기분이 상쾌했다.
늘 다니는 코스였지만 갈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등산만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매표소에서 진달래 능선을 경유 걷는 동안 산길을 떠나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발걸음은 무겁지만 소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 등 수려한 환경에 도취되어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피곤은 싹 가시고 새로운 기운이 다시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곤 한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내가 지나간 흔적을 남기기라도 하듯이 나무의 중턱을 손바닥으로 치며 그렇게 산을 올랐다.
어느새 대동문 근처에 다다랐을 때 내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중간 중간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르면 오를수록 힘겹게 느껴지고 정상이 곧 목적에 왔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젠 이만하고 하산할까’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나의 끈기를 테스트하곤 한다.
누군가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 한말이 피부로 느껴졌다. 산자락 입구에서 다 같이 저마다의 목적지를 정해놓고 산을 오르지만 정상이 다가올수록 험난하고 협곡에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와 흡사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포기하면 난 아마 정해놓은 산행레이스에서 낙오가 되며 정상의 희열을 맛볼 수 없게 되는 것이지만 참고 견뎌내 정상에 오르면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자아도취감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등산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했던가 보다.
산을 오르는 동안 내 앞에 먼저가고 있는 등산객의 발걸음을 따라 걷다가 조금 더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앞서서 가다가 어느 지점에 도달아 잠시 휴식을 취하려다 보면 뒤처져 오는 등산객이 오히려 나를 앞서가고 있는 것을 보며 욕심은 과욕을 부르고 먼저 앞서갔다고 결코 그것이 앞선 것이 아니라 ‘오십보백보’의 평범한 이치를 깨닫곤 한다.
산을 내려오면서 문득 행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행복의 기준이 무엇이며 어떤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하는 주제 넘는 생각을 하며 상념에 빠져본다.
산을 오를 때 정상까지 힘들었지만 정상을 밟고 하산해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다.
비록 많은 재물을 가지지 못하고 남보다 높은 관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건강하게 태어나서 하루하루 자기만의 만족에 단란한 가족과 알콩달콩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옛날 원효대사가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어느 무덤근처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잠결에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그 맛이 참으로 꿀맛 같았다. 하지만 아침에 깨어나 마신 물이 해골에 고인 물이었음을 알고 구역질을 했다. 그때 그런 더러운 물을 마시고도 그렇게 꿀맛이었다는 생각을 가진데 대해 ‘모든 것은 오직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살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을 종종 메스컴을 통해 본다.
죽을려는 용기가 있다면 무슨 일을 못하겠는가?
큰 욕심 안 부리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평범하며 건강하게 산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며 상쾌한 산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