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단
오래 짓는 집
문정(시인)
마을 앞 느티나무, 큰 집 한 채 지었다 제 몸 열어 공중에 지은 넓고 둥근 집 안팎에 도배를 했다 지웠다 방안에 햇빛을 못 들어오게 했다 들어오게 했다 수십 년 걸려 지은 집이 미완성이다 넓이는 알아볼 필요가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집을 넓히고 손을 볼 것인가는 그 집에 자주 가는 사람도 모른다 좋은 집 한 채 지어 바치기 그만큼 힘들다는 뜻인가 기초도 집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 놓는다 종이에 한 설계로는 답이 안 나온다
느티나무, 오늘은 쉼표로 찍어져 있다 그늘에서 세상을 읽는데도 쉼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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