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가 8천700만원의 비용을 들여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조직개편이 시작도 되기전에 삐거덕 거리고 있다.
시가 제시한 조직개편안 중 농업기술센터와 농축산과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에 대해 농업인단체는 물론 해당 지도직 공무원, 농업직 공무원은 물론 이를 의결하는 시의원까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도직과 농업직을 통합할 경우 제대로된 지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업인들 또한 농업기술센터에서 지도직 업무외에 행정 업무까지 수행하게 되면 지도업무가 행정업무에 밀려 농업인들이 소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시가 당초 의도한 농업의 강화와는 반대의 결과다.
김천시의회는 조직개편을 심의하기 위해 농업과 지도직을 하나로 통합한 경산과 영주를 견학하고 왔다.
견학을 다녀온 한 시의원에 따르면 경산시는 통합을 했다가 다시 분리하고 또 다시 통합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고 영주시 역시 통합에 따른 진통을 겪고 있다. 이들 시에서는 농업인단체장의 불만은 물론 농업직과 지도직 공무원의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농업기술센터와 농축산과가 통합되면서 농업기술센터 소장직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기존에는 지도직 공무원들이 농업기술센터 소장직을 수행해 왔으나 농업직과 통합하게 되면 지도직 공무원들에게만 소장직을 맡길 수 없게 된다.
강인술 시의회 부의장은 “지도직과 농업직을 합치는 것은 반대하며 농업기술센터 밑으로 농축산과와 친환경농업과가 들어갈 경우 지도직과 농업직은 엄중히 분리되어 운영되어야 하며 섞여 버리면 지도직 업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업무가 분리되더라도 소장직을 놓고 지도직과 농업직이 일으킬 갈등에 대해서는 “마땅히 방법이 없지만 시에서는 소장직을 지도직뿐만 아니라 농업, 행정직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지도직 지도관 역시 읍면동장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러 업무가 섞여 버려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강 부의장은 오는 16일 임시회가 시작되기 전 김천시장과의 만남을 통해 조직개편안을 수정할 것임을 밝히고 수정 가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강 부의장의 수정가결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직개편안을 심사한 자치행정위원회 8명의 시의원 뿐 아니라 김천시의회 모든 시의원이 조직개편안 특히 농업기술센터와 농축산과를 통합하는 문제에 대해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고 오히려 부결 쪽으로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자치행정위원회의 한 시의원은 “서로간의 의견이 쉽게 조율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표결로 간다면 무기명 표결이 될 것이고 무기명 표결이라면 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원호 자치행정위원회 위원장은 “시의원도 그렇지만 농업인이나 농업인단체장도 한몫소리를 내지 못하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문제”라며 “임시회 회기전이나 임시회 회기 중 시의원간 의견을 조율할 것이며 지금 나오고 있는 의견들은 김천시의회 전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시의원 개인의 목소리”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자치행정위원회 소속이 아닌 한 시의원은 “농업에 대해 모르는 시의원들을 제외한 농업과 관련있는 시의원들은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시의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은 시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연구용역을 시작했고 3개안의 조직개편안을 보내왔다. 시는 3개안 중 하나를 선택해 지난 9월 4일 김천시의회 의정회에서 발표했다.
이후 조직개편안 중 농업기술센터와 농축산과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8일 시의회는 다시 의정회를 갖고 오후 2시부터 조직개편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으나 찬성과 반대가 엇갈려 어느쪽으로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의정회를 마쳤다.
원안가결시킬지 부결시킬지는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개최되는 제112회 임시회로 미뤄졌다.
조직개편은 자치행정위원회의 소관이며 오는 17일 자치행정위원회 상임위 활동에서 원안가결인지 수정가결인지 부결인지 결정된다.
부결될 경우 조직개편은 전면 백지화 되고 현 상태의 김천시 조직이 유지하게 돼 용역비 8천 700만원만 낭비한 결과를 초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