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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우리딸 '좁은 문을 열다'(강순희)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8년 03월 06일

살며 생각하며
우리 딸 ‘좁은 문을 열다’
강순희
부곡동 우방아파트


 


 입학은 가지 끝에서 봄을 밀어내는 새싹처럼 학교생활의 시작을 말한다. 새 옷, 새 신발, 새 가방으로 멋을 부리고 초등학교 문턱을 들어간 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대학 입학이라니 세월이 그야말로 유수와 같이 여겨진다.
수시원서를 내고 면접과 논술을 보러 뛰어 다니고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춘 것인지 최종 합격 발표를 기다릴 때는 서로가 애타는 시간들이었다. 2008학년도 수능 등급제 실시로 혼란스러웠던 입시에 자신이 원하는 학교와 과 선택에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해 재수를 선택한 학생도 더러 있었다.


 경북대 합격 증명서를 들고 2년 전, 22년간 중풍으로 사시다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신 외할머니 산소에 들렀을 때 그 해맑은 눈에 고인 눈물은 3년 아니 12년을 노력한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흔히 하는 말로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외손주들 10명 중에 가장 예뻐했던 손녀인데 지금 살아 계셨더라면 “정화야~이 에이 마~한년”하시면서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셨을 텐데… 더 이상 메아리는 없다.


 생각지도 않은 장학혜택에 기숙사까지 되고 보니 이런 횡재가 또 있으랴.  해마다 어느 학교든 등록금 인상문제로 마찰이 심한데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에 부모님의 거금 지출을 덜어주니 이 또한 다행한 일이기도 하다. 향토관과 기숙사가 동시에 되었다.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근처 마트에 같이 들렀을 때 “엄마 이렇게 돈 많이 써도 괜찮아요?”하고 딸은 묻는다. 친구들은 수능 끝난 뒤 아르바이트한다고 난리법석인데 용돈 타 쓰기가 미안하다고 했다.


 “아니다. 네 갖고 싶은 것 마음대로 못해 줄 때도 많았었는데 미안해 하지마” 하는데도 딸은 자꾸만 애교 작전을 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네가 많이 벌어주었잖아. 이까짓 것 가지고 그러냐”며 부드러운 딸의 손을 간만에 잡아 보기도 했다.


 시냇물이 큰 바다로 흘러가듯 이제 둥지를 털고 제 갈 길 찾아가는데 엄마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 이젠 빈 방이 하나 생겨 창고로 사용하기보다는 서실로 꾸며 나만의 공간을 만들 생각이다.


 며칠 전부터 한 가지씩 짐을 꾸렸는데 입학식 전 날 기숙사에 짐을 넣으러 퇴근하자마자 식구들 모두 같이 갔었다.
정기모임 때 가서 인맥관리 한다고 사귄 친구들도 많이 있고 또 중학교 친구도 같은 3층에 배정이 되어 처음 딸과 떨어져 생활한다 해도 마음이 놓였다.


 드디어 2월 29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로 나뉘어져 입학식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는 오후 시간대였다. 여학생들은 기본 화장은 물론 옷에 어울리지 않는 힐까지 신고 낄낄거리며  남학생들은 새 옷 한 벌 걸치고 왔지만 어딘가 구색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초긴장에서 풀어져 자유를 마음껏 누려보는 그 모습들이 가장 좋은 때인가 싶다. 축하해 줄 자리에 요즘 새내기들은 입학식에 부모들 참석을 꺼리는데 아빠는 딸이 서운해 할까 봐 딸은 아빠 오시지 마라 하면 서운해 하실까 봐 그 자리를 빛내 주었다. 음대 교수의 선창에 따라 새내기들과 함께 잠시나마 대학생이 된 기분으로 교가를 따라 불러 보았다.


 이제 이 학교에 당당히 입학했으니 너의 태명 초롱이처럼 어디서나 초롱 초롱 빛나거라. 12년 학교생활 내내 태명 값을 하는 것인지 늘 기쁨을 더 안겨 준 고마운 딸아! 엄마 뱃속에서 꿈틀거릴 때 이 엄마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너를 생각하며 ‘초롱별’이란 시를 적어보곤 했었지.


 어느 얕은 샘/헤엄치는 가느다란 사지는/아무리 두들겨 보아도/초롱이 노는 샘물 속에는 밝음조차 엿보이지 않는 것은 왜 일까? …엄마 아빠의 희망인 초롱별이 될 거예요


 그 마지막 싯구처럼 엄마 아빠의 희망봉이 되어 이렇게 함박 웃음을 선사하다니 참으로 고맙구나.


 부모 가슴을 멍들게 하지 않았던 딸 이젠 비밀이 없을 만큼 속마음을 열어도 부담 없는 평생 친구라서 더욱 사랑할거다.


 그저께 재학증명서 때문에 학교에 들렀었는데 딸 보러 가끔씩은 혼자서 기차여행을 할 수 있는 특권까지 얻었다.


 Free를 선언하며 더 넓은 곳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볼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눈 더 크게 키워 가렴.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8년 03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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