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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추억의 도시락(정춘숙)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8년 04월 11일

살며 생각하며
추억의 도시락
정춘숙
부곡동 우방아파트


 


 노란 유치원 버스가 멀어지고 난 뒤 아침햇살의 따스함을 받는다. 눈이 부실만큼 맑은 햇살이 행복감마저 느끼게 한다. 
 


 앞산 진달래와 연둣빛 새싹들의 작은 몸부림이 산으로 유혹한다. 등산화를 꺼내 신고 산속으로 향했다. 아침의 상쾌함 속에서 봄 냄새를 가슴속 깊이 들여 마신다.


 이렇게 행복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릴 때의 시골 생활덕분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서 산에 오르지만 어릴 때는 다른 이유였다. 초등학교 공부를 일찍 마친 날은 친구들과 학교 근처에 있는 산에 올라가 배고픈 점심을 해결하곤 했다. 장아찌와 이가 빠질 것 같은 콩자반은 맛난 메뉴였다. 진달래 꽃잎을 따서 먹으면서도 뭐가 그리도 좋은지 모두들 얼굴가득 함박웃음을 담고 있었다. 무공해 꽃잎들은 쌉싸래한 향을 선물해 주었고 찔레꽃은 자신의 몸을 던져 우리들에게 봉사를 했다. 찔레를 꺾어먹을 때의 행복감은 가시에 찔려 아파하는 옆 친구의 얼굴까지는 포용할 수 없었다.


 맛난 꽃 잔치가 끝나면 모두들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곤 했다. 학교 짝꿍 흉을 보기도 하고 선생님 험담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벌써 그 시절이 언제 지나갔는지 새삼 내 나이가 무서워진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아줌마라고 부르는 믿기조차 어려운 나이가 된 것이다.


 산은 내게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과 동시에 어른이 됐을 때의 너무나 간절했던 추억을 동시에 전해준다. 결혼 한지 3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었을 때 마지막 희망이었던 무속신앙에 의지한 나는 산으로의 기도를 청했던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속에서의 굳은 결심은 높은 산행의 힘든 발걸음도 잊을 수 있었다. 산이 내게 선사해 준 가장 큰 선물이 이루어진 지금 또 하나의 추억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산속의 고요함과 자연소리를 기억 못 할 만큼 절박했던 그 시절은 내게 아프면서도 애절한 추억이 되어준다. 산은 내게 무언의 행복과 간절한 소원을 이루게 해 준 더없이 사랑스러운 내 마음의 보물이 되었다.


 작은 풀 한 포기 작은 나뭇가지 하나라도 난 소홀히 대할 수 없다. 작은 들꽃 하나라도 꺾으면 안 된다고 엄마인 내게 충고를 해주는 딸아이를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이 순수함과 행복감을 산을 통해서 가르쳐 줄 수 있는 엄마를 만들어 주었다.


 자주 산에 오르려고 한다. 마음을 비운다는 말이 와 닿을 때까지 오르고 싶다. 딸아이가 내 모습을 닮아 산을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머무를 수 있는 행복한 추억을 딸아이의 가슴에 심어주고 싶어진다. 작은 가슴에 따스한 봄 햇살만큼 세상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랑을 심어 주고 싶다. 제비꽃 반지를 만들어 끼면서 돈이 들지 않고도 얼마든지 마음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여유로움을 가르쳐 주고 싶다. 세상의 힘든 일도 두 팔 벌려 거부하지 않고 조용히 감싸 안을 수 있는 강인함도 산은 선물해 주리라 믿는다. 작은 고사리 손을 잡고 걸으면 그 순간만큼은 어떤 부와 명예도 부럽지 않다. 요즘은 진달래 꽃잎을 따서 먹을 만큼 환경이 좋진 않지만 그 꽃이 핀 산에서 환한 웃음을 마음껏 지을 수 있도록 딸아이의 입가에 행복한 추억을 머금게 하고 싶다. 간절한 기도를 하지 않아도 행복한 하루하루가 딸아이의 옆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벌써 휴일이 다가온다. 다가오는 휴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의 품에 안겨야겠다. 가족과의 산행은 마음이 통하는 편한 벗들과의 산행만큼 평화롭고 가슴 뿌듯하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도 만들고 짜지만 맛난 장아찌와 콩자반도 만들어 딸아이에게 특별한 추억의 도시락을 먹도록 해야겠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8년 0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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