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처음처럼 박성득 수필가·김천시정책자문위원장 세상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인연이 돼 서로 상부상조 하게 되는가 하면 서로간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자기에게 득이 되면 끌어안고 그렇지 못하면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도 퇴직 후 많이 체험했다. 내가 공직에 있을 때는 나를 이용할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퇴직 후에도 대부분은 처음처럼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는 내가 별 볼일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나와 만나는 것을 꺼려하는 것도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 세월동안 나에게 우호적이었던 그들의 자세가 변한 것이 처음부터 숨겨둔 마음이었는지 의문도 생기곤 했다. 15년 전 서울 인사동에 있는 문구점에서 한지를 구매한 적이 있었는데 가게주인이 부채를 하나 선물하면서 붓으로 ‘처음처럼’이라는 글귀를 써주시면서 대인 관계에서의 마음자세가 처음 대할 때와 항상 같아야 하고 변하지 않는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그분이 주신 부채의 글귀를 볼 때마다 사람관계에 있어서 신의가 최우선이어야 하므로 마음가짐이 처음처럼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내 자신에게 다짐을 하곤 했다. 나는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명확한 목표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계획이 있었고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마음이 처음처럼 일관성이 있었기에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내가 세운 목표도 만족할 만큼 달성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 나오니 많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공직에서 퇴직할 때쯤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제의가 들어 왔었는데 내 전공보다는 가급적이면 후배들에게 신세를 지지 않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공직 때보다 배가 많은 연봉과 최소 3년 이상을 보장하면서 고급승용차와 활동비에 필요한 카드제공을 조건으로 회장 자리를 제안 받았었고 사장과는 회사의 비전과 당면한 현안 사항 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이를 수락하였었다. 나는 3년간의 계약기간이지만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하겠다는 각오로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재정립하고 임기가 보장된 3년간 처리할 계획과 회사의 당면사항을 해결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었다. 우선 장·단기계획에 맞게 조직을 개편하고 이에 따른 업무분장과 각자의 역할을 맡겨 매주 한 번씩 업무추진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당초 계획한 전략에 차질이 있을 경우 관계자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점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서 계획한 목표달성에 전력을 투구하였다. 그러나 오너인 사장은 내 방법에 동의하면서도 처음 나에게 설명한 비전보다는 현안 사항 해결과 눈앞의 이익에 너무 집착하고 나를 이용하려고만 했지 나의 중장기 경영방식에 외면하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그럴 수가 있을 것이라고 이해는 하였지만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나와 함께 경영을 하였으면 회사는 눈에 띄게 성장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나는 회장에 취임하여 계획한 업무가 처음부터 좌절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사장의 비위만 맞추면서 월급만 받고 있을 수가 없어 중도에 사직을 하였던 것이다. 회사가 잘 되려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과 성능 그리고 가격 경쟁력이 타 제품보다 뛰어나야 된다는 것은 기본이고 회사 경영의 핵심인 판매를 활성화시키려면 내부조직이 단합되고 소비자로 부터 제품과 인간적인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회사를 책임지는 사장은 처음 계획한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 고객이 만족할 수 있게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함께 조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과 각종 정보 그리고 전략을 숨김없이 제공하는 등 조직원간 격의 없는 대화의 격려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고 조직원들이 자기가 맡은 일을 전력투구하고 계획한 일을 성취함으로써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신뢰받는 리더십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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