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월에 읽는 시 - 짐치 김종태(시인·문학박사) 짐치는 곰삭은 멸치젓만이 함께 해야 한다 짐치는 삼한사온 푹 쉬지 않을 만치 짜야 한다 짐치는 첫 서리 내린 땅 파 앉힌 독 속에 익어야 한다 짐치는 허연 무시를 숭덩숭덩 안아야 한다 검정 깨소금에 감칠맛 솔솔 살아나는 어매의 짐치 짐치는 그 결을 따라 손으로 찢어먹어야 한다 양지 바른 산등성이 씨를 뿌리고 배차가 잎을 키우면 벌레 손수 잡고 배차 폭이 벌면 그 품을 짚으로 묶어 서리 내리기 전 수확하는 내륙의 마감 김치라고 부르면 애벌레 하얀 속잎으로 몸을 숨기듯 제 맛을 잃어버리는 짐치 어매의 국어사전엔 김치가 없다 배추가 없다 무가 없다 오직 짐치와 배차와 무시가 뒤범벅일 뿐 짐치라고 부르면 장꽝 옹기들처럼 옹기종기 앉아 버무리던 젓국물 고치 마늘내 된바람에 실려오고 짐치라고 불러 보면 삼동내 문풍지 바람 떨릴 때 설설 끓던 아랫목같이 목울대 울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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