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쓰레기 버리는 사람 돈견(豚犬) 강순희 (주부·부곡동 우방아파트) 어둠이 엷어지는 시간 아파트 단지 안으로 덜커덩 청소차가 아침을 깨운다.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현관을 나서는데, 경비아저씨는 조곡용 포대를 놓고 연신 낙엽 쓸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우방과 화성 사이로 울타리 없는 골목길을 지나니 거리가 깨끗하여 발길이 가벼워진다.
밤사이 낙엽이 할 말을 남긴 채 “나 좀 거둬 주시오” 하는 것 같아 예쁘게 물든 낙엽 몇 개를 줍고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부곡동 맛고을 1번 도로를 걷다 발길이 가는대로 2번 도로 모 서당 앞을 지날 때였다. 투명유리 현관문에 붙은 A4용지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 돈견(豚犬)’이라고 쓰여 있어 감정이 좀 섞인 말 같아 기분이 좀 그러했다. 이층 서당을 다니는 학생들이나 주변 상가의 쓰레기들 때문에 훈장 선생님이 붙였나 보다.
흔히들 사람 노릇 못하는 사람보고 개만도 못하다고 비유한다. TV에 ‘세상에 이런 일이’나 ‘동물농장’을 보면 사람 뺨치는 신기한 동물들은 오히려 사람보다 나은 대접을 받는데 말이다. ‘쓰레기 버리는 사람은 돼지. 개’라니. 기분을 가라앉히고 용궁식당 앞 4번 도로로 걸어 나왔다. 금방 서당 문의 말과 상반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운동복 차림의 60대 아저씨가 부곡초등학교 근처에서 빠른 동작으로 쓰레기를 줍고 있는 것이었다. 손에 쥔 검은 비닐봉지에는 한 참을 주웠는지 쓰레기가 좀 있어 보였다. 아저씨가 쓰레기를 줍는데 그 앞을 지나가기 미안해서 나는 모른 척 지나 갈려고 했다.
그런데 아저씨는 나를 보고, “좋은 아침입니다. 건강하십시오”라고 먼저 인사말까지 하는 것이었다. “네. 좋은 일 하시네요” 인사말을 건네고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보고 말았다.
먼저 인사를 받으니 기분은 괜찮은데 그 아저씨는 나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를 하며 쓰레기를 주워 가는 모습에 활력이 넘치는 아침이었다. 운동 나온 사람들은 똑같이 “환경미화원 있는데 내가 왜 쓰레기를 주워” 그저 운동에만 열심이다.
다음 날 아침, 우방 화성 사이를 가는데 어제 본 아저씨가 또 쓰레기를 줍고 있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실천이 베인 모습인지라 그 댁에 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갈만하다.
그 이후로, 인도에 쓰레기가 없는 것은 남보다 행동이 앞서 간 아저씨가 다녀갔음을 알았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솔선수범하여 쓰레기를 줍는 우리의 이웃이 있음에 감사하고 실천 할 일이다. 보이는 곳 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관심을 두고, 골목길에 쓰레기 투기를 멀리 하는 이웃이 되면 좋겠다.
돈견(豚犬)소리 듣지 말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보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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