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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윤애라 (시인)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0년 09월 09일
진부한 표현이지만 살아가는 것은 항해하는 것과 같다.
개울물을 찰방거리며 건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사춘기는 반항과 우울, 정체성과 싸우며 질풍노도의 시내를 지난다.
겉으로는 온건하되 속이 깊은 강물을 만나는 것은 청년의 때, 강을 건너는 도구가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 지식이나 기술, 처세 등으로 만든 각양의 배를 타고 항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때 항해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평생의 뱃놀이는 위험해진다.
결혼은 아마 바다로 들어서는 일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터득해 온 기술에다 지혜를 더한, 본격적인 항해의 기술이 필요할 때이니… 평온했던 바다도 광풍을 만나면 한 번씩 거칠고 힘센 파도를 만드는 것처럼 잠잠하고 행복한 날들이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고와 위험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가끔은 뱃멀미라는 복명을 만나기도 한다.
지나온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 막연하게 펼쳐진 먼 바다 끝에 대한 불안,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그리고 즐길 수 없는 것에 지친 나를 무너뜨리는 파도, 그 파도에 뱃멀미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거친 파도라도 지혜롭게 이길 수 있는가 하면 낮은 파도에도 어이없이 뒤집히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리라.
본격적인 항해를 한 지 벌써 이십 년이 지났다.
나와 남편의 양친이 다 생존해 계시고 식구를 잃거나 큰돈을 잃은 적이 없으니 집채 같은 파도와는 싸워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내 항해의 기술 부족으로 나는 자주 뱃멀미로 고생하고 낮은 파도에 뒤집혔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내 일의 비중 때문에, 아직도 자아를 찾아보려는 욕망 때문에… 또한 자식을 키우며, 부모를 섬기며, 신앙을 만들어 세워가면서 이걸 파도라 생각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사고를 당할 때는 폭풍전야였음을 적이 예감한다. 왜 굳이 편안한 삶에 있어서는 위험해 질 것을 생각하라고 선진(先秦)에서 권면했을까.

사람이 편안하면 교만해지기 마련이고 복 많은 인간으로 착각하기 마련이라 파도와 싸우기 위한 항해는 다소 늦추는 편이다.
또한 복도 많네 하는 역설적 조소도 거침없이 받아 치운다.
그러나 때때로 파도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삶을 위협하기도 하나니….
지난 여름, 난 인간이 만든 거대한 파도에 내 눈을 잃을 뻔하였다.
대형 물놀이 시설의 웨이브 캐넌(Wave Canyon)이라고 튜브를 타고 국내 최강 쓰나미 급 파도와 모험을 하는 것인데 아주 짜릿하다.

남편과 나는 신이 나서 염천에 지친 마음을 모험으로 달래려 한 번의 코스를 끝낸 뒤 다시 한 번 더 타보기로 하였다.
똑같은 짜릿함을 또다시 반복하는 것이 무료해서였나보다.
붙어 즐기던 남편과도 이만큼 떨어져서 덮치는 파도를 겁도 없이 쳐다보다가 강한 파도의 끝 부분에 가서 내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앞 사람의 팔꿈치에 내 왼쪽 눈을 가격 당하고 말았다.

그 순간을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
한 순간, 밤새 안녕,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 머릿속을 빠르게 훑고 갔다. 몇 초간 정신을 잃었다가 남편의 부축을 받아 일어서서는 본능적으로 오른쪽 눈을 가려 보았다. 왼쪽 눈이 무사한가, 볼 수 있는가, 볼 수만 있었으면 해서였다.
목숨을 확인하는 것이 겨우 제 몸의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라니… 우여곡절을 거듭하다 열흘이 지난 지금, 시력은 이상 없으나 상처는 깊고 중하다는 것이다.

볼 수 있으니 다행이며 감사하지만 외상으로 인한 손해와 후유증은 안타까울 뿐이다.
그동안 눈을 혹사 시키더니 좀 쉬게 하려고 그랬나보다 주위에서 위로하니 받아들이며 편안하게 놀며 쉬며 지내고 있다.

아무리 파도타기가 재미있어도 두 번 탈 것은 아니라고 소탐대실(小貪大失)을 생각한다.
배가 고프지 않을 만큼만 먹으라는 말씀으로 평생을 소식(小食)하시는 아버지 말씀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나저나 판다곰이 되었으니 사람이 다니는 거리를 함부로 다닐 수도 없고,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0년 09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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