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9일은 제48주년 ‘소방의 날’이다.
사람으로 치면 48세는 불혹(不惑)을 한참 지나 하늘의 명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을 앞두고 있는 나이다.
일도 많이 할 때이고 사회적 자리도 잡을 나이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들도 소방을 단순히 화재만 진압하는 행정조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달려와 주는 ‘119’가 있고 나아가 119라는 브랜드 파워는 이제 수백 가지가 넘는 상품명과 상호, 서비스 브랜드 등에 사용될 정도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와 달리 소방분야의 현실은 차이가 크다.
격무와 스트레스로 소방관 2명 가운데 1명은 자주 이직을 생각하고, 10명 중 8명은 자녀가 소방관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하는 것이 우리 소방의 현실이다. 과거에도 재난관리에 필요한 투자는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고, 대형 사고를 겪고 나서야 제도 개선 이나 새로운 장비 도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72년 대연각호텔 화재를 계기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갖춰지기 시작했고 고가사다리차와 같은 특수 진압장비의 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좋은 예이다. 평상시에는 예산 등의 이유로 예방적 투자에 소홀하다가 큰 재난이 발생하면 관심의 대상으로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만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반복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는 3교대제가 인력 증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원을 그대로 재배치하는 3교대제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어 자칫 소방력의 약화가 우려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소방예산의 98.8%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다.
국가예산의 비중이 낮은 것도 그렇지만 지방 간 소방 대응력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된다.
물론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소방관들의 외침을 귀를 기울여야 한다 . 그리고 소방관들의 사기(士氣)를 높이는데 인색했던 우리는 이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갖도록 독려 하여야 할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