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땔감으로는 소나무가 좋았다 아까시나무처럼 찔리지 않아 좋았다 신 새벽 일어나 마당에 나무 한 바리 부린 아버지가 배식하듯 부엌으로 쇠죽간으로 한 아름씩 넣어주면 콩고물 같은 솔잎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더디 물러가던 어둠처럼 내 잠은 무거웠는데 댓돌에 얹힌 아무 신발이나 끌며 꾸물꾸물 애벌레처럼 비를 들면 소나무 껍질 같은 아버지 손이 먼저 벅벅 쓸어갔다 비질한 것보다 더 말끔해진 마당보다 고무다라이 속에서 불리고 불려도 잘 닦이지 않는 냄비 같은 가시도 박히지 못할 손이 얼어붙게 했다 땅이 손 내미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매만져 주던 굵은 손 위에 무슨 마음으로 금반지 하나 훈장처럼 얹어 드렸나 아무리 목청 가다듬어도 불협화음으로 남을 어울림 무논에 떨어뜨리고 다친 마음 논 오르실 적마다 두리번거리셨다 아버지에게 나는 그 반지 같았다 아버지는 나에게 반지 하나도 못 쥔 삶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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