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공천 후 폭풍에 휘말려 심한 갈등과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은 당리당략의 차원을 넘어 각 계파간의 세력 다툼으로 정치판이 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된 자들의 비통하고 처절한 모습에서 정치세계의 냉혹함을 엿볼 수 있다. 그들에게는 공천 여부가 부귀영화를 떠나서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이기 때문에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늘 그러했지만 이번 역시 무게 있는 현역의원 물갈이 폭이 심해 정치인들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나 우리 김천은 시민들의 여론 조사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한 현역 국회의원이 재공천을 받아 비교적 순조롭게 선거를 치르게 됐다. ‘작은 정부 큰 정치’ 슬로건을 걸고 국민들이 희망에 부푼 꿈으로 출발했던 현 정부, 그러나 이제나 저제나 하고 좀 더 나아질 내일을 기대하면서 참고 살아 온 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준 정부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예술 등 아무리 둘러봐도 희망을 주는 곳을 발견할 수 없다. 자고 나면 기름 값이 치솟고 한 번 올라간 물가는 절대로 내려오는 일이 없다. 하늘의 별따기 취업은 여전하고 힘들게 얻은 직장은 한창 일 할 나이에 조기 은퇴라는 중압감 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중에도 정치권이 국민의 신임을 가장 못 받는 것 같다. 선거 때마다 이어진 메가톤급 네거티브가 정치판을 뒤흔들어 이제는 선거판에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하고 말았다. 하기야 정치권의 불신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갈수록 확대돼 나라를 점점 혼미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저마다 정치권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지나고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제 정치에 식상해 있다. 진흙탕 물에 새 옷을 갈아 입혀 들여 넣은들 새 옷이 얼마를 지탱하겠는가? 웃기는 일은 개혁 대상자가 개혁을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아이러니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정치인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나라와 지역민을 사랑하고 서민의 발이 되어 충심으로 봉사하는 정치인이 훨씬 더 많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꽃보다는 가시가 더 잘 드러나고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같은 대부분의 소시민은 그저 바라만 볼 뿐, 판단할 지혜도 힘도 뾰족한 묘수도 없다. 그저 나라가 잘 되길 빌 뿐, 이 판국에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하겠는가? 다만 ‘저 사람이 당선되면 나라가 망하고 낙선되면 본인이 망한다’는 말이 이제는 안 나왔으면 싶다.
국회의원 선거가 이제 코앞에 다가왔는데 정치인들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회복하기는 너무나 기간이 짧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량한 유권자들은 그래도 참신한 새 인물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참신한 정치인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낙선자 운동을 펼 것이 아니라 당선자 운동을 펼치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정치권이 앞장서서 신선한 새 바람을 일으켰으면 싶다. 각 언론기관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많은 사람들이 구태의연한 현역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해서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자기 손으로 권리 행사를 하여 국회의원을 뽑아 지역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잘해 달라고 박수와 격려로 올려 보낸 후 국회에서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싸우는 것도, 국회 의사당에서 최루탄을 쏘는 것도 신발이 닳도록 외국을 드나드는 것도, 고아원ㆍ양로원ㆍ수해 지역을 돌며 하얀 봉투를 내밀면서 기념 촬영을 하는 것도 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이들의 행동들이 더러는 진실이 아니고 표를 의식한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의 충격과 실망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오직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그리고 당리당략(黨利黨略)을 위한 정략적 차원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기를 원하고 있다. 이제는 수신제가(修身齊家)하지 않고서는 치국(治國)할 수 없고 국민의 귀를 막고 눈을 속이고는 단체장이나 의원에 절대로 당선 될 수 없다는 세상이란 것을 정치인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낡고 묵은 틀에 안주하려는 정치가는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우리 모두가 발 벗고 나설 때다.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과 현명한 대처로 정치인에게만 돌을 던질 것이 아니라 깨끗한 유권자들의 양심으로 난국을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줄 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이와 같은 온 국민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해 새 정치가 이 땅에 뿌리 내리도록 21세기에 부응하는, 세계를 주도하는 대한민국 건설에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당선되면 본인은 물론 나라도 잘되고 낙선해도 본인이 망하지 않는 선거풍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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