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모두 자기 자리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이 또 자기 분수에 맞게 자리를 지키면서 본분에 충실히 존재하고 있다. 세상이 카오스(혼돈)처럼 보이면서도 정연히 가고 있다. 세상에 각기 자기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 일을 수행함으로 세상은 아름답고 감동을 준다. 세상에는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 거의 없다. 삼라만상이 제자리가 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제자리가 있다. 제자리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이며 거기 있어야 존재가치가 더 발휘되고 존재의미도 더욱 아름답게 발현되는 곳이다.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일탈을 일삼을 때 자칫 교만해지고 추해지고 때로는 자기 분수도 모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람만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주만물이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제자리를 지키면서 아름답게 배치되어 운행되고 있다. 바다와 육지, 산과 들,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지키면서 운행되어 온 세상이 아름다운 것이고 질서가 있음으로 누구나 살만한 가치를 추구한다.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떠가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오묘함에 감탄하고 산길에 우뚝 서 있는 말없는 거송을 보면서 오가는 이들에게 바람과 그늘을 제공하는 소나무 한 그루에도 감사를 느낀다.
문명의 발달이 때로는 인위적인 자연 질서의 파괴로 인간이 받는 피해도 막대하다. 창조질서의 파괴는 대부분 인간의 욕심과 교만의 산물인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창조질서를 파괴함으로 인하여 인간도 사물도 제자리에 바르게 서지 못하고 엉뚱한 자리를 점하여 불만이 싹트고 불행의 씨를 뿌리는 일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도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때 그 사회가 원만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지도자는 지도자의 자리에서 국민은 국민의 자리에서 자기 일을 수행할 때 나라가 원만히 돌아간다.
반면 각자가 제자리를 지키지 못할 때 심각한 가정 문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부모가 부모자리를 이탈하고 자녀가 자녀 자리를 벗어나면 가정이 파괴된다. 모두가 자기 자리를 소중히 여기고 제자리를 잘 지키고 분수를 알면 아름다운 사회가 된다. 그렇다고 송충이는 꼭 솔잎만 먹으라는 아집은 아니다. 민주 사회에서는 자기의 실력과 그릇에 따라 얼마든지 자기 자리를 더 나은 자리로 이동하는 이상을 품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제자리만 고수하여 이상을 이루지 말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자기 자리를 잘 수행하고 자기분수를 지키며 일할 때 어느 자리든 소중하지 않은 자리는 없다. 자기 자리에 충실하다보면 존재가치와 행복을 가져오며 생활의 지혜가 생긴다. 자기 자리를 잘 지키며 분수에 맞게 산다는 것은 자족하는 마음이다. 제자리를 잘 지킨다는 것은 질서와 존재가치와 번영과 행복도 함께 동반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TV에 많이 방영된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방송을 보면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접하는 것이 본인의 행복과 성취감뿐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감동을 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인생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이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자기실현을 통해서 성취감을 이룰 때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여겨진다.
반면에 총선 후 정치권에서는 당내 부정으로 내홍을 앓다가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당하면서도 자기자리를 고수하겠다는 인사를 보면서 잘못된 자리고수가 얼마나 비양심적이고 철면피한 것도 보게 되었다. 사상의 편향이 국가관도 애국가도 외면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국회의원의 자리는 당선으로 안주하지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숙고하고 고민할 일이다. 또 연말에는 대선이 남아서 나라가 요동칠 게 틀림없다. 이런 때일수록 각자가 자기자리에서 일을 잘 수행한다면 더욱 행복한 사회로 도약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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