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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정원에 서 있는 김천의 석탑

민경탁(시인·김천문인협회 부지부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8월 01일
“김천에도 KTX가 섭니까?”/ “그럼요. 아직 모르시나요?”/ “글쎄요. 고향이 대구인데 1년에 한두 번은 내려가지만, 김천에 KTX역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KTX 김천(구미)역을 모르시는군요”/ “왜 김천, 구미역이라 부르지요?”/ “김천, 괄호하고 구미역입니다?”/ “왜요?”

고향친구 몇 명이서 서울 갔다가, 어렵게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람하고 KTX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와 나눈 대화이다. 관람을 벼르고 벼르던 국립중앙박물관을 수박겉핥기식으로 겨우 관람하고 나오는 길이다.

2005년 10월 서울 용산으로 이전, 신축된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오른편의 야외정원에는 개성에서 가져온 남계원 칠층석탑(국보 제100호)과 마주하여, 김천 갈항사에서 옮겨온 석탑 한 쌍이 나란히 서 있었다. 탑은 크지 않으나 품위와 아치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호리꾼에 의해 김천에서 인천의 부둣가로, 거기서 경복궁으로, 그곳에서 다시 이곳으로 옮겨졌다는 김천 갈항사의 동서 삼층석탑! 동탑은 윗지붕이 깨어져 있었다.

원래 김천 남면 오봉리의 갈항사는 신라 제32대 효소왕 때 승전 스님이 창건하여 ‘화엄경’을 강의하던 곳으로 한국사사전에 전한다. 임진왜란 때 절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암자가 들어섰다가 또다시 없어졌다고 한다. 이 절에 있던 동서 석탑 중 동탑은 1916년 6월에, 서탑은 1921년 3월에 조선총독부 박물현(경복궁)으로 옮겨져 1942년에 국보 제99호로 지정되었다. 통일신라 초기 석탑의 양식을 잘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자세히 보니 경주 감은사의 삼층석탑과 불국사의 석가탑을 많이 닮아있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교수가 역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에서 우리나라 석탑 중 가장 극찬한, 경주 감은사의 삼층석탑과 건립 연대가 아주 가깝다. 세련되고 단아한 기품은 감은사 쌍탑의 축소판이라 할까.

갈항사 쌍석탑의 내력을 더 더듬어 보자. 동탑의 내력을 적은 글에는 제작 시기가 이두문자(신라시대에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적던 표기법)로 확실하게 기록돼 있다. 신라 제35대 경덕왕 17년(서기 758)에 원성왕의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외숙부인 언적법사 삼남매의 발원으로 세웠다는 내용이다. 이 이두문은 현존 우리나라 이두문 중 아주 오래된 것으로 이두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때라면 신라문화의 황금시대라 할 수 있다. 신라가 향가문학을 꽃피우며, 황룡사 대종을 주조하고 불국사를 세우던, 불교문화의 전성기가 아닌가. 감은사 쌍탑이 제31대 신문왕 때(서기 682)에 세워졌으며, 승전대사가 제32대 효소대왕 때 사람이니, 이 탑의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갈항사의 쌍탑은 모두 3층인데 기단이 2층, 상하층 모두 5단이 여러 장의 돌로 단아하게 짜여 있다. 탑을 옮길 때에 동탑의 초석에서 금동사리병, 서탑에서는 청동주전자, 자기 조각, 썩은 종이, 뼈 조각이 나왔다고 전한다. 이후에 이 탑의 기단부로 추정되는 지석 4기가 발견되어 현재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보관되고 있다. 현재 남면 오봉리 갈항사지에는 그 표석만이 오롯이 남아 있을 뿐이다.

현재 김천에는 국보가 1점이 남아 전한다.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있는 금동육각 사리함이다. 1982년 12월에 국보 제208호로 지정된 이 사리함은 신라 중기의 금동사리함으로 판명되어, 동국대학교에서 보관해 오다가 1995년 10월 직지사 성보박물관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

김천에 있던 석탑 한 쌍이 인천 부둣가로, 서울 경복궁으로 떠돌다가 용산으로 이전, 신축된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에 국보로 서 있는, 김천 역사의 한 측면을 목도하였다. 이제 KTX 열차가 갈항사 터를 지척에 두고 있는 KTX 김천(구미)역에 닿는다. 우리 고장에 있던 국보급 유물이 일제강점기 때에 수도 서울로 옮겨진 역사를 아쉬워하며 김천 땅에 발을 내린다. 조선총독부의 소행이니 논외로 할 것인가. 일본으로 유출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것인가. 김천 구성 송죽리에서 발굴된 많은, 고대 유물들도 대구로 옮겨져 보존, 관람되고 있음도 상기해 본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8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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