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노란 스쿨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이 “선생님 안녕하세요?”를 외치더니 교실을 향해 힘차게 달려갑니다. 잠시 후 책 한 권 가슴에 품은 아이들이 뒤뜰 구름다리를 건너 하나 둘 도서관으로 모여듭니다. 아침시간, 학교가 조용합니다. 초콜릿 빛 햇살이 내린 시골학교가 아무도 찾지 않는 숲속처럼 고요합니다. 글빛누리 도서관에서 아이들의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늦가을바람과 노닐고 있습니다.
오전 8시 30분, 사제동행 아침독서활동시간입니다. 전교생이 도서관에 모이면 행복우체통을 펼쳐‘사랑의 편지’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지난주엔 행복우체통에 든 143편의 편지들 중 ‘내 마음의 편지’를 선정해 전교생 앞에서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 선택적함구증을 가진 4학년 쌍둥이 자매가 ‘카톡(C-TALK) 친구와 마음밭을 가꾸어요’란 제목의 아침편지를 읽었습니다. 자신이 쓴 댓글까지 읽으며 마음밭을 가꾸어나가겠노라 다짐도 했습니다. 우리들의 질문에 짧은 대답 한마디 하는 것조차 힘들어 하던 그 아이들이 요즘 말문을 열고 있습니다. 만날 때마다“민0야!” 불러도 할 듯 말 듯 입안에 말을 머금은 채 두 눈만 깜박이던 그 아이들의 대답소리가 저를 향해 달려옵니다. 얼마나 기쁜지요.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다 모여도 겨우 40명뿐이지만 그들이 가진 사연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처럼 다양합니다. 선택적함구증을 가진 쌍둥이 자매,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두려움으로 틱 증상을 보이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워 짜증을 잘 내는 아이, 지체장애를 가진 아이, 툭하면 울어버리는 아이, 언어발달 장애로 특수교육 치료 중인 다문화 가정의 아이, 엄마의 정이 그리운 조손가정의 아이들….
그렇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위량 뜰에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관심을 주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아파 자신의 꿈을 일찍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들이 위량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과 관심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친구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알고 스스로의 힘으로, 또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렇게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함께 어울리는 교육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마음이 건강해야 학교생활이 행복하니까요.
그 중 하나가 ‘행복우체통’을 활용해 아이들의 마음밭을 가꾸는 주는 것입니다. 지난 3월에 발간한 이 자료는 경상북도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사랑의 e-아침편지’ 중 감성지수를 올리는 좋은 편지 143편을 선정해 △배려(Consideration) △감사(Thanks) △칭찬(Applause) △웃음(Laugh) △친절(Kindness) △행복(Happiness) △건강(Health)의 소주제별로 분류해 엮었습니다. 학생들이 그 편지를 읽고 댓글로 다짐을 표현하며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시작된 요즘, 행복우체통에 담아둔 선생님들의 사랑을 읽으며 아이들의 마음이 자라고 있습니다. 마음건강에 꼭 필요한 보약처럼 매일매일 편지를 읽고 있는 그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습니다. 말문을 활짝 열고 있는 쌍둥이 자매, 자신감 부족으로 틱 증상을 보이던 ★이의 표정이 환해졌습니다. 마음이 아프다며 보건실을 자주 찾던 짜증쟁이 ♥이는 무슨 좋은 일이 생겼는지 싱글벙글합니다. 지체장애 친구의 멘토 해진이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꿈 이야기를 써서 큰 상을 받았습니다. 부족함을 서로 채워주며 함께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행복한 배움터 위량뜰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가을햇살이 너무 좋은 날, 우리 아이들의 마음밭이 더 풍요로워지길 두 손 모읍니다. 행복우체통에 담긴 참 좋은 이야기처럼 우리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채워지길 소망합니다. 20명 교직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