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김천과학대 잔디구장에서 검사와 고등학생의 축구시합이라는 이색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이 특별한 경기는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김희준 지청장이 직접 제안해 지난해 7월 한 차례 경기를 갖고 올해 두 번째로 열린 것.
김희준 지청장은 영화 ‘공공의 적2’ 주인공 강철중(설경구 분)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져 있으며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하기로 정평 난 인물이다.
김 지청장은 본인이 김천을 떠난 뒤라도 이 친선시합을 계속 연계, 정례화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하며 학생들과의 경기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김천상업고 관계자에 따르면 친선축구경기를 하기 전 1년간 발생한 20건의 학교폭력(교내 징계 10건, 대외적 사건화 4건, 학생신고에 의한 교내경찰출동 6건)이 경기 후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단 한 차례의 경기만으로 이런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 보기는 힘들 것이다. 경기 전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을 상대로 준법의 중요성, 검찰과 수사관의 역할, 경기 취지 등을 충분히 설명했다. 또 경기 후에는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법의 필요성과 사회에서의 역할을 자각시켜 나갔으며 학부모 또한 가정에서 자녀와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 번 더 대화의 물꼬를 텄다.
학생들은 시합을 하며 동네 형이나 삼촌뻘의 검사들과 함께 땀 흘리며 나뒹굴고 경기 후 식사 자리에서는 마주보고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서로 격을 허물고 이전에 자신이 잘못을 저질러 검찰에 불려갔을 때 생긴 검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검사와 개인적인 친분을 쌓은 자긍심도 높였다.
검찰뿐만 아니라 김천중앙고 등 일부 학교에서도 사제지간 운동경기나 등산을 통해 학교폭력예방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만의 노력으로 학교폭력을 추방하기란 역부족이다.
학교폭력 피해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의 몫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범사회적으로 유기적인 공조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학교폭력은 다른 폭력과 달리 가해자나 피해자가 어린 학생이라는 점에서 가해·피해 학생은 물론 방관한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며 피해학생들이 자라나 2차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천에서 지난해 발생한 학교폭력건수는 총 9건으로 44명의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검거됐으며 피해학생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김천도 학교폭력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 사회지도층 전반은 물론 기관단체, 시민 모두가 우리의 아이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어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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