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신록이 여름밤을 푸르게 수놓던 날, 김천고등학교 예지관에서 특별한 공연이 있었다. 그 학교 재학생들의 음악동아리인 ‘울림’과 ‘로그인’의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였다. 그날 밤 친구들의 공연을 보고 온 아들 녀석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감탄사를 쏟아냈다. 또래 친구들이 아름다운 소리에 담아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에 큰 감동을 받은듯하였다.
음악은 높은 음과 낮은 음이 조화를 이룰 때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서로를 살피며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줄 때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날 밤, 그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었기에 듣는 이들에게 감동의 울림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아직은 받는 것에 익숙하고 또 받기를 더 좋아하는 학생들이기에 누군가를 위해 ‘주는 사람’이 되어 무대에 선 모습이 참 자랑스럽다.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 곳에 함께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누가 더 행복할까? ‘시불망보(施不望報)’는 ‘베풀되 갚음을 바라지 않는다’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불교경전 중 3대 설화문학에 속하는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보면 ‘무재칠시(無財七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무재칠시(無財七施)란 화안시(和顔施: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고 부드럽고 정답게 대하는 것), 언사시(言辭施:남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말을 해주는 것), 심시(心施:착하고 어진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것), 안시(眼施:호의를 담아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대하는 것), 신시(身施:몸으로 남에게 봉사하고 친절을 베푸는 것), 상좌시(床座施:남에게 자리를 찾아주거나 양보하거나 편안하게 해주는 것), 방사시(房舍施: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 즉, 가진 재물이 없어도 자신의 몸 하나로 남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일곱 가지의 보시를 말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없는 가운데서도 나누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무조건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중학교에 진학했을 때 초등학교시절의 K교장선생님으로부터 장학금이라 적힌 흰 봉투를 받은 적이 있다. 봉투에 든 10만원과 ‘꿈을 꼭 이뤄라’는 말씀과 함께 주셨던 화안시(和顔施)는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첫 월급을 탄 후 그 때는 너무 어려서 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당신을 찾았을 땐 이미 고인이 되신 후였다. 어쩌면 당신께선 단발머리 중학생에게 장학금을 준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 하실 지도 모른다.
지나온 세월을 헤아려보니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이 참 많다. 가끔은 그 고마움이 너무 크게 다가와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실 때도 있다. 크든 작든 무엇인가를 받는다는 것은 행복하다. 그러나 사람들 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이젠 알 것 같다.
자신의 재능을 아름다운 소리에 담아 주는 사람이 되고 있는 김천고등학교 음악동아리 울림과 로그인, 자선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물해 준 그들의 마음이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주는 사람이 되어 보면 어떨까? 비록 가진 게 많지 않더라도 주려고 마음만 먹으면 무재칠시(無財七施)와 같이 줄 수 있는 게 참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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