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다. 폭염주의보 · 경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 직원 워크샵으로 7월 중순 대천 바다에 다녀왔다. 해수욕을 하기엔 아직 일러서인지 인파 혼잡은 덜했지만 바다에서의 피서는 비교적 혼잡스럽다. 혼잡스런 인파에다 바가지요금까지 겹치면 해수욕장에서 돌아온 뒷맛은 계수욕(溪水浴)에서 돌아온 뒤의 그것보다 어수선스럽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브랜드화 하고 있는 축제, 문화제, 문학제들은 매우 다양하다. 전북의 남원춘향제는 지역의 문화적 긍지를 빛내줌에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대구의 달구벌축제,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축제, 예천의 곤충바이오축제는 지역의 문화·예술적 이미지와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있다.
한여름에 김천에서 조용히, 실속 있게 여름을 날 수 있는 피서법이 없을까. 웰빙을 겸할 수 있는 피서법이 없을까. 있다. 전국의 많은 문학제 가운데 으뜸으로 꼽는 것은 8월에 강원도 인제 백담사에서 열리는 만해축제이다. 이 행사의 성격과 내용을 다녀와 본 사람들은 안다. 9월에 평창에서 열리는 효석문화제 또한 행사기간 전국의 관광버스가 주차 장소를 찾기 어려우리만치 구름 같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저 세상의 이효석과 이 세상의 메밀먹거리가 평창군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5월에 충북 옥천에서 참가해 볼 수 있는 지용문학축제는 문학성과 향토성이 잘 배합된 문학축제이다. 근래에 그 명성이 중국 길림성 연변에까지 뻗어나가 연변지용제를 열고 있다고 한다. 청마문학상과 통영문학상이 주어지고 있는 경남의 통영문학제 또한 손꼽을 수 있는 전국 규모의 문학제로 빼놓을 수 없다. 역시 9월에 열린다. 이보다 역사는 짧으나 사천에서 열리는 박재삼문학제도 최근 그 유명도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10월에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신라문화제는 고도 경주의 테마 문화제이다.
한여름 피서를 겸해 즐겨볼 수 있는 전국의 문학제는 백담사의 만해축제와 김천 직지사에서 개최되는 백수문학제를 꼽을 수 있다. 모두 8월 초 · 중순에 개최된다. 공히 설악산과 황악산, 백담사와 직지사라는 피서지에서 즐겨볼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직지사 만덕전에서 이틀간 계속되는 백수문학제는 문학과 함께 피서하는 문학 힐링캠프이다. 황악산 계곡에서 불어주는 천연에어컨을 맞으며 유서 깊은 사찰의 목조 대청마루에서 문학과 더불어 더위와 일상의 잡념으로부터 벗어나 볼 수 있다. 밤에는 황악산 하늘의 별을 세어보고 새벽에는 쾌적한 공기 속 물소리와 더불어 등행을 하면서. 행사 기간 웰빙식 절밥도 즐길 수 있다. 더욱 문학적 취향이 깊은 이라면 문인들과 심도 있는 대담도 나눌 수 있으리라.
이뿐이랴. 둘째날 열리는 백수시조백일장에서 입상한다면 피서 경비를 10배로 벌 수도 있겠다. 전국 유일의 생존 문인관인 ‘백수문학관’이 곁에 있어, 이곳에서 백수 정완영 시조시인과 그의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다. 시조시인의 생가와 시비를 탐방도 해 볼 수 있겠다.
인파와 교통체증과 바가지요금이 없는 피서 여행, 직지사 백수문학제에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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