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단- 육십여년만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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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갑내기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정자야, 나 순자야”
소녀시절 몇 번 만나고 헤어져
강산이 여섯 번도 더 변한 것 같은데
“우리 한 번 만나자… 멀리 가기 전에”
“그래 만나자”

“8월 23일 토요일 장소는 구미역”
하고 싶은 말 가방에 차곡차곡 넣고
설레는 마음으로 55번 버스를 탔다
아포 지나며 전화를 걸었다
“나는 붉은색 체크무늬야
너는 무슨 색깔 옷이냐?”
“나도 붉은 색깔 상의”

도착지에 내려 두리번거려도 보이지 않았다
모습이 생각나지 않아 붉은 색만 찾았다
길 건너서 빨간 옷이 나를 보며 온다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정자가?”
“그래, 순자가?”
얼싸안고 한동안 말을 잃었다

택시를 타고 금오산으로 갔다
저수지 의자에 앉아 손을 잡고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산그늘이 저수지에 내려앉을 때
“우리 또 만나자”
“그러자” 
다시 만날 날 잡지 못하고 손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