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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수필- 영희랑 순희랑

강순희(수필가·부곡동)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12월 03일
ⓒ i김천신문
  팬들로 몸살 앓는 그 이름 정동진! 얼마나 좋아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으면 10월에 혼자 새벽 기차를 탔을까. 프로필 사진에 올렸더니 모임 하는 친구들이 너만 좋은 곳에 가냐고 데리고 가란다. 혼자 여행 다닐 땐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데 누가 봐도 알아보는 사진 때문에 그만 들키고 말았다.

 11월 29일에 회비로 가는 것으로 정했다. 부산 출발로 토·일 김천 경유 1회 운행하는 정동진행을 한 달 전에 예매했다.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친구들과 기차여행을 간다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새 옷도 샀다. 

직장을 다니는 친구 2명은 언제든지 휴가 낼 수 있다 큰소리 쳐 놓고 기권 소식을 전해왔다.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기대를 한 것이 실망으로 돌아왔고 그날 전국에 비가 온다니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졌다. 영희는 농사를 짓는데 농번기는 시간 내기가 어렵고 농한기라 남편한테 허락을 받았으니 꼭 가야 된다고 했다. 영희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편인데 이번에 가지 않으면 다음엔 시간 내기 어렵다고 고집을 부렸다. 난 10월에 다녀와서 날씨도 그렇고 안 가고 싶은데 영희 기분을 맞춰 주려고 그날 봉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영희는 고1 때 성내동 자취방에서 쌀밥과 미역국으로 생일을 축하해 준 친구로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 졸업 후 소식을 모르고 살다가 큰딸 고등학교 입학식 때 모교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 순간 서로 “네가 여길 왜?” 하며 깜짝 놀랐는데 하필이면 엄마끼리 친하다고 딸끼리도 같은 반이 되었다.

 이 날을 기다리며 새 옷도 샀겠다, 에라 영희랑 순희랑 쿨하게 떠나는 거다. 하루쯤 시골티를 벗어 던지고 잔뜩 멋을 낸 영희가 드디어 여행을 간다. 여행의 즐거움은 역시 먹는 것, 영희가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도 배가 고프다며 뭐 좀 먹고 가잔다. 분식점에서 영희는 나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힘쓰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인가 보다. 정동진행 00:54가 어둠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김밥 먹을 때 신났던 영희가 객실이 따뜻한데다 전날 김장을 해 피곤했는지 잠이 들고 말았다. 화장과 머리를 조심하느라 불편한 잠을 설치며 정동진에 06:15 도착했다. 정동진도 밤새 비가 내렸고 도착했을 때는 그친 상태지만 또 쏟아질 것 같이 시꺼먼 하늘이었다. 막상 어둠을 달려서 왔는데 일출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웠고 대합실에서 날이 더 환해지길 기다렸다. 

오늘 내 속셈은 농사로 고생하는 영희를 웃겨주고 사진을 많이 찍어 주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니 다행히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았고 사진 찍기도 무방한 날씨였다. 만인의 연인 정동진을 만났으니 정동진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먼저 찍고 모래사장을 나란히 걸었다. 파도는 성난 모습으로 거칠게 밀려왔지만 간만의 자유에 전혀 무섭지 않았다. 갑자기 김영남의 시가 생각났다.
“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그 마을에 가면 정동진이라는 억새꽃 같은 간이역이 있다” 

정동진박물관을 지나 썬크루즈까지 도보로 갔다 영희 사진만 잔뜩 찍어 주고 다시 역으로 왔다. 조금 늦게 아침을 해결하고 바다열차를 기다리는데 영희가 핫도그를 보더니 먹고 싶다고 했다. 나도 핫도그를 좋아하는데 배가 불러도 또 먹었다. TV에서 보던 바다열차를 10:28에 타니 전 좌석이 해안을 조망할 수 있도록 측면 방향으로 되어 있고 승무원의 특별 이벤트, 먹거리 공간, 이색공간도 있었다.

 추암역에 내려 추암 바다를 바라보니 감탄에 그만 소리도 질러보고 밖에 나오면 다 같은 마음에 가벼운 장난질도 했다. 간만에 화려한 외출로 이렇게 좋아하는 영희인데 나마저 가지 말자고 우겼으면 많이 서운해 했을 것이다.
영희는 현실을 다 이겨내고 받아주는 친구다. 바다가 그 흔한 이름을 가진 영희와 순희의 마음을 아는지 포용하는 시간은 젊음이 있기에 짜릿했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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