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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김천신문 |
대형마트에 가니 예쁘고 앙증맞은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들이 가득하다. 한 달 지나면 초등학교 1학년이 될 꼬마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와서 가슴 설레며 고를 가방들이다. 집집마다 많아야 두셋, 때로는 하나밖에 아이가 없는 집도 많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 참 고마운 일이다.
사람은 사랑을 받은 만큼 나눌 줄 안다고 한다. 한 학급에 스물다섯, 혹은 서른 명이 같이 생활하는 교실에서는 배려하고 양보하고 협동할 줄 아는 아이가 가장 행복하다. 무엇이든 자기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아이는 늘 친구들과 갈등이 생기므로 학교생활이 힘들게 된다.
오래 전에 고학년을 담임할 때의 일이다. 뒷정리를 마친 아이 두 명이 집으로 가려고 할 때였다. 한 아이가 당황하며 돈이 없어졌다고 했다. 꽤 큰 액수였다. 그 큰돈을 왜 가져왔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생신 선물을 살 돈이었다고 한다.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에게 돈이 있었던 걸 누가 알고 있냐고 했더니 ○○가 보았다고 했다.
그날 오후 내내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에게 물어본들 가져갔다고 말할 리는 없다. 무엇보다도 그 돈을 가져가지도 않았는데 물어본다면 ○○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가 돈을 가져갔다면? 그런데 그냥 넘어간다면 ○○이는 또 그런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나는 돈을 잃어버린 아이보다 돈을 가져간 아이가 더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저녁에 ○○이 집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으신 ○○이 어머니에게 말씀을 드리는데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내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 어머니께서는 불쾌한 목소리로
“우리 아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하시는 것이다. 나는 ‘담임으로서 나 역시도 착한 ○○이가 그리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돈이나 학용품이나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아이들은 한 번씩 갖고 갈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아이가 도둑인 건 아니다. 아이들은 잘못을 하지만 그것이 잘못이란 걸 알게 되면 고친다. 부모님이나 교사는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공통된 책임이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기분 나쁘셨다면 이해를 해주시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날 통화를 끝내면서 나는 공연히 전화를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려니 현관 앞에서 누가 나를 불렀다.
“선생님, 저 ○○이 엄마입니다.”
어제 아이가 학원 다녀온 뒤에 가방을 보니 몇 천 원이 있더라고 했다. ○○이가 친구의 돈을 가져가서 동생이랑 쓰고 남은 돈을 넣어두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엄하셔서 ○○이가 엄청 맞았다고 했다.
“선생님, 밤새 고민했습니다. 이 일을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앞으로 우리 ○○이가 영영 도둑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아닌가 해서요.”
나 역시 자식을 기르는 엄마인데 엄마의 마음을 어찌 모르랴. 나는 아이들의 실수는 여러 가지인데 이번 일도 한 번의 실수이므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엄마의 용기가 아이를 평생 바른 사람으로 자라게 할 것이라고…….
그 뒤 ○○이는 그런 일을 다시는 하지 않았다. 엄마가 교사를 믿지 못했다면 ○○이는 부모님께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아이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함으로 해서 아이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밝게 자라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말씀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 부모님께서 아이에게 반에서 1등, 혹은 무엇이든 무조건 잘 하기를 바라기보다는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오늘도 친구들에게 양보 잘 했니?”
“오늘은 누구를 도와주었어?”
“할 일은 스스로 잘 했니?”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예의바르게 말하고 행동 했니?”
아이가 그렇게 했다고 하면 크게 칭찬을 해주고 앞으로도 계속 잘 하라고 격려해 주는 것, 그것이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자라게 해준다. 미래사회는 공부만 잘 한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 그것이 행복의 기본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