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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시구

민경탁(한국문인협회김천지부부지부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2월 25일

ⓒ i김천신문
팔도강산 좋을시고 딸을 찾아 백리 길/팔도강산 얼싸 안고 아들 찾아 천리 길/에헤야 데헤야 우리 강산 얼시구/에헤야 데헤야 우리 강산 절시구/잘 살고 못사는 게 팔자만은 아니더라/잘 살고 못 사는 게 마음 먹기 달렸더라/줄줄이 팔도 강산 좋구나 좋다
 
  영화 '팔도강산'의 주제가로 1960년대 중반에 가수 최희준이 불러 크게 히트한 노래이다. 이 영화는 서울 사는 노부부가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출가한 딸네집을 방문한다는 스토리. 6․25 전쟁의 비극을 극복하고 눈부시게 발전하는 한국의 발전상과 명승고적, 관광지까지 소개해 보이는 국책 영화이다.
  1950년대 중반에 나온 대중가요에 <노래가락 차차>가 있다. 인생에서의 젊은 날의 행락을 찬양한 노래이다. <처녀뱃사공> <오동동타령>과 함께 가수 황정자의 대표곡으로 알려 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며는 못 노나니/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얼시구 절시구 차차차(차차차)/지화자 좋구나 차차차(차차차)/화란 충성만화방창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차차차(차차차) 차차차(차차차)   
 
  우리 민요 <노래가락>이 라틴아메리카의 차차차 리듬과 융합된 노래이다. 설운도가 부른 <다 함께 차차차>의 원조격이 되는 노래이다. 판소리 <춘향가>에는 춘향의 어머니 월매가, 거지인 줄 알았던 이몽룡이 진짜 암행어사임을 알고는 좋아하는 대목에서   
       
얼시구 절시구 절시구나 졸시구/풍신이 쩌렇거든 보국충신 아니 될까/어제      저녁 오셨을 때 어산 줄은 알았으나/남이 알까 염려가 되어 천기누설 막느라고/너무 괄세 허였더니 속 모르고 노여웠지/내 눈치가 뉘 눈치라 그만헌일 모를까 …….    
 
  하고 흥겨워 떠든다. 민요 <노래가락> <창부타령> 속요 <각설이타령>에도 “얼시구 절시구”란 조흥구(助興句)가 배어 있다. 윷판에서 모를 내거나 활쏘기에서 명중이 나올 때에도 참가자들이나 기생들이 “지화자”를 외친다. ‘얼시구’가 줄면 ‘얼쑤’, ‘절시구’가 줄면 ‘절쑤’가 된다. 변이형으로 ‘지화자 좋을시구’로도 쓰인다.   우리 민족이 흥에 겨울 때 발하는 이 조흥구는 연원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유교의 경전인, 자연의 이치와 인사(人事)의 도리를 밝힌 철학서『주역(周易)』에 있다.『주역강해』에서는 이렇게 밝힌다.
  
을시구(乙矢口)  절시구(節矢口)
지야자(知也者)  절시구(節矢口)

  ‘알, 지(知)’를 파자(破字)하여 시(矢)와 구(口)로 표기하였다. 매우 관념적인 어구이어서 여러 갈래로 풀이가 되는데, 현대어로 옮기자면 “후천세계를 알고 그 오는 절후를 알라,  (그러려면) 끝맺음을 아는 이라야 그 때를 알도다”는 의미이다. 그 때를 모르면(節不知)‘철부지’가 된다고 한다. 우주론적 철학과 순환의 법칙을 기본사상으로 한, 처세상의 지혜를 알려주는 어구이다.  흥(興)도 많은 우리 민족이 낙천, 향락의 감정이 치솟을 때 지르는 감탄구이다.
  야산(也山) 이달(李達 1889~1958) 선생은 근대 주역의 대가이다. 주역 해석을 통해 이상세계를 구현하고자 했던 선생이 호잔치를 할 때 “에이 야산이로구나 얼시구 절시구 지야자 절시구”라며 <산타령>을 불렀다고 제자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 1928 ~  ) 선생은 전하고 있다.(『대산주역강해』) <산타령>은 원래 사당패 소리에서 탄생한 속가(俗歌)이다. 속가 중에서 가장 전통 깊고 씩씩하며 화창한 느낌을 주는데, <산타령> 중에 <김천지방 산타령>과 <아산지방 산타령>이 비교적 가사가 잘 채집되어 있다. <김천지방 산타령>은

이산 저 산 양산 간에 실피 우는 속낙새야/네 산은 얻다 두고/양산에 와 실피 우노/아이구 이 산역에는/집 우도 쌧고 고사리도 쌧다…….    
 
  로 시작된다. <김천지방 산타령>의 탄생 및 전파와 야산(也山) 선생 인생살이와의  연관성도 연구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한다.   최근 국회와 서울대학교에서 야산 선생의 사상과 학문을 재조명하는 학술토론대회가 열렸다. 선생의 학통을 이어받은 동방문화진흥회(회장 이응문)와 부설 홍역학연구소 이애주(서울대 명예교수) 소장, 이철우 국회의원, 많은 관련 학자들이 주역을 재조명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김천 양천동 농업기술세터에서는 주역 강좌를 운영하여 지역민에게 우주철학과 처세상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다. 
  야산 선생은 김천 구성면 상원리 태생으로 우리나라에서 주역을 주체적으로 재해석, 보급시킨 석학이다. 일부(一夫) 김항(金恒 1826~1898) 선생과 함께 근대 주역의 양대산맥을 이룬 대가이다. 주역이 공부하여 볼 만한 학문임을 온몸으로 보여준, 주역의 달인이란 칭송을 받는다. 선생의 고향이 한국 주역 강해의 본거지가 되게끔 역사․문화적 사업을 펼쳐 볼 필요가 없을까. 있을 것이다. 김천에 학문과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또 하나의 문화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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