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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꽃집에 들렀다. 은은한 안개꽃을 섞은 고운 장미꽃 한 다발을 받아드니 마치 첫사랑을 고백하러 가는 총각처럼 마음이 설렜다. 퇴근할 때 적은 감사 편지를 연애편지 접듯 예쁘게 접어 꽃다발 속에 숨겼다. 생일도 아니고 결혼기념일도 아닌 일상적인 날에 예기치 못한 꽃다발을 받아든 아내의 표정은 어떨까? 아내의 평소 성품으로 봐서는 잔잔한 미소 속에 가득 감사를 담고 따뜻이 바라다보기만 하겠지. 그런 아내를 보며 나는 무척 흐뭇하고 행복해 하리라. 캠프슨(J.O.Kempson)이라는 심리학자는 “정신건강은 만족할 만한 양의 충족감을 발견한 상태”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을 해보자. 사글세방에 살던 사람이 전세방에 가면 만족할 것 같은데, 전세방을 얻고 나면 열서너 평 아파트 하나 가졌으면 싶어진다. 그러나 막상 그런 서민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면 처음에는 천하를 얻은 듯 기쁘다가도 좀 지나면 한 서른 평쯤 되는 아파트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욕심을 낸다. 이렇듯 사람들의 욕심이란 밑 빠진 독과 같아서 채워지질 않는다. 그런데 솔로몬이 쓴 잠언에 보면 “여간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고 했다. 지위가 높다고, 재물이 많다고 꼭 만족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족은 보여 지는 양에 있지 않고 자족할 줄 아는 지혜에 있다. 나의 아내를 기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고급 레스토랑 가서 분위기 잡고 격식차려 비싼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시장가서 장터 노점에 앉아 호떡, 순대, 어묵 등 몇 천원어치만 같이 사먹고 다녀도 즐거워한다. 몇 십만원짜리 고급정장을 사주지 않아도 된다. 몇 만원짜리 티셔츠 하나면 입이 함박만해진다. 그런 아내가 나는 좋다. 몇 년 전 겨울이었다. 필자가 부장으로 있던 교회 청년부의 한 여학생이 재수해서 대학입시를 치렀는데 또 낙방을 했다. 만났을 때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아 그냥 두 손만 꼭 잡아 주었다. 그게 그 학생에게 많은 격려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작은 것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작은 것으로 남을 기쁘게 할 수도 있다. 그 작은 성의가 없어 우리는 피차 섭섭해 할 때도 있다. 많은 것을 해야만 되는 줄 알고 아예 작은 시도조차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작은 마음 씀씀이로도 상대를 격려할 수 있고 스스로에게도 보람이 될 때가 많다. 오늘 저녁에는 작은 사랑의 표현을 한번 해보자. 가까운 그 누구에게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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