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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흔하게 듣는 엉터리 존대법

이익주(시인·전 초등학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03일
우리 민족은 예부터 부모, 자식 간의 정이 깊고, 이웃 간의 예절을 중히 여기는 자랑스러운 한 민족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말이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말보다 존대어가 발달해 내려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존댓말을 잘못 쓰는 경우를 너무 쉽게 접하게 된다.
요 몇 년 사이 정말 몹시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는 엉뚱한 데다 존대를 하는 어법이다.
대관절 누가 언제 이런 엉터리 존대법을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T.V 홈쇼핑에서는 보이지 않는 고객을 두고 존대어를 여과 없이 남용하면서 이를 편집 없이 보도하고 있고, 서비스업 직장 안에서 ‘고객이 왕이다’라는 사훈으로 고객을 존경한다고 마구 사용하는 말들이 정말 잘못된 어법이란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
국어의 존대법에는 주체존대와 객체존대 그리고 상대존대가 있다.
‘주체존대’는 문장의 주체를 높이는 것으로, “선생님께서 오신다” 같은 존대법이고, ‘객체존대’는 문장의 목적어나 처소격 조사가 붙은 부사어를 높인다. “이 물건을 아버지께 전해 드려라” 같은 문장이다. ‘상대존대’는 대화의 상대를 높이는 것으로 “별일 없으십니까?” 같은 어법이다.
요즘의 엉터리 존대는 전혀 높일 필요가 없는 사물을 존대하는 ‘주체존대의 오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상점에서 흔하게 듣는 말이 있다.
“손님, 그 상품은 품절 되셨구요. 오늘은 이 상품이 세일 중이세요.”
“고객님 수리는 가능하지만 새 상품으로 교환은 안 되세요.”
이런 표현은 얼핏 들으면 아주 친절한 말로 들린다. 하지만 조금만 따져 보면 아주 무례한 표현임을 금방 알 수 있다. 품절된 것도 상품이고 세일하는 것도 상품이며, 교환이 안 되는 것 역시 상품이다.

그런데 가리키는 말에 존대를 의미하는 ‘시’를 붙여 물건을 사는 사람을 즉, 고객을 높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파는 상품 즉, 물건을 높인 정말 잘못된 표현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높여야 하는 대상은 사람이지 사물이 아니다. 따라서 사물과 호응하는 말에 높임을 뜻하는 말을 써서는 안 될 것이다.

며칠 전 00체육대회 개막의식이 실내체육관에서 있었는데 사회자가 진행을 시작하면서 “지금부터 공식 일정이 매우 바쁘신 데도 불구하시고 저희들을 격려하시기 위해 오신 00님의 축사가 계시겠습니다”라고 우렁차게 수 백 명의 시민과 선수들에게 얘기하는 걸 듣고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한다면 좋았을 텐데—하고 혼자 실소를 하고 말았다.
바쁜 것을 존댓말로 “바쁘시다”고 했으면 되었지 불구라는 낱말에다 왜 또 존댓말을 써야 하는지? 그리고 축사라는 사물에 “계신다”는 존댓말은 또 무엇인지?
“다음은 주례선생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따위로 많은 사람들이 쓰는 ‘말씀이 계시다’도 마찬가지로 아주 잘못된 표현이다.
‘계시다’가 ‘있다’의 높임말이다 보니, 존경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이런 표현을 아무 생각 없이 쓰곤 하는데, 아무 때고 ‘있다’를 ‘계시다’로 높여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밖에도 어디서 시작된 말인지도 모르는 “잠시 기다리실게요” “일시불로 하실게요” “이곳에 사인하실게요”처럼 우리말법도 모른 채 무조건 말끝에 ‘시’만 들어가면 높임말이 되는 양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어처구니가 없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참된 높임이지, 아무 때고 ‘시’를 붙였다고 해서 높임의 뜻이 담기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커피 한 잔 주세요” 하면 “예, 2000원이세요”
“시럽 좀 넣어 주세요” 하면 “시럽은 저쪽 테이블에 있으세요”
장담컨대 이 커피 집 아가씨는 잔돈을 거슬러 주며 공손한 말투로 “여기 1000원이십니다” 라고 속삭일 것이다.

존댓말을 잘 가려 쓰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하지 않을 수 없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물건 살 때, 음식 주문할 때, 안내 데스크에 가서 뭘 물어볼 때마다
“이건 2만원이세요.”
“삼겹살은 다 떨어지셨어요.”
“화장실은 저쪽에 있으세요”라는 말을 들어야 하니 짜증이 나는 게 사실 아닌가?

예절과 겸손이 미덕이고 자랑인 우리 민족은 예부터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를 올바르게 사용해야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노력하자.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의 말과 글을 더욱 올바르게 사용하고 또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
우리가 선진국으로서의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재인식하고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면서 올바르게 언어생활을 해 나가는 작은 일이 곧 애국자와 다름없는 일일 것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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