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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마음의 꽃향기

배영희(수필가·효동어린이집 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17일
아카시아 꽃향기가 바람에 흩날린다. 온 산이 하얗게 피어 날 오라 손짓하는데, 창문만 열면 단발머리 그 소녀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다. 그때 그랬었지. 아카시아 꽃잎으로 월계관을 만들던 하얀 교복의 여고시절 온 산의 꽃이 되었었지. 우리는 한평생 꽃으로 사는 것 같다.

어제도 목욕탕에 앉아 여러 송이 꽃들을 보았다.
“얼마주고 했어요?”
“어디서 했어요?”
“예쁘게 되었네요.”
아마 쌍꺼풀 수술을 한 모양이다.
근데 영 스무 살 목소리는 아닌 것 같아 뒤를 돌아보았다. 75세 할머니가 눈꺼풀이 자꾸 내려와 했다는 거다. 그도 그럴 수 있지.

땀을 좀 내려고 한증막에 들어갔는데 중년의 꽃들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살 빼는 이야기랑, 주름살 펴는 이야기랑, 누구는 돈 벌어서 성형외과 좋은 일만 다 시킨다는 둥. 하하 목욕탕 오는 재미가 이런 맛이 아닐까. 내가 듣고 싶지 않아도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귀동냥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뿐인가. 우유를 바르는 꽃, 팩을 공들여 붙이는 꽃, 사기그릇 같은 도구로 군살을 빨갛도록 문지르는 꽃 등 냉탕에서 물장구를 치다가 잠깐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목욕탕 속 꽃들은 다들 자아도취 수준 같다.

옷장 키를 열고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열어보는데 미순이가 보낸 문자가 기다리고 있다.
“어제 혜진이 딸 결혼식에 갔다 왔어. 벌써 내주위에는 군대 가고 할머니 되고 죽기도 하고 아파서 병원에 들어가고 그러네. 영희야 무섭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이게 뭐지! 난 아직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되었는데 말야”라고 장문의 글이 뜬다.

답장을 쓰려다 한 달 전 통화가 생각났다. 어깨수술을 해서 병원에 누워있다는 거다. 그래서 겸사겸사 한번 올라가 보겠노라 했더니 죽어도 오지 말라네. 왜 그러냐 했더니 자기 몰골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란다.
여고시절 미순이는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예쁜 아이였다. 뽀얀 얼굴, 찰랑찰랑한 머릿결, 심할 정도의 공주병이었지. 그도 그럴만하다. 자기 안엔 언제나 그 소녀가 살고 있을 테니 말이다.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도 그랬다지. 거울에 비친 자기모습에 주름살이 나타나면서부터 화가 난 여왕은 거울 판매 금지령을 내렸고 주름살이 보이지 않게 두껍고 진한 화장을 했다는 것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여성들이 모두 연지 찍고 화장한 모습이 남아 있고, 신라시대에는 남성인 화랑이 여자보다 더 화려하게 화장을 했다.

예뻐지려는 것은 남녀노소 모든 인간의 아름다움을 향한 본능이 아니겠는가.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주목 받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가장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는 자아보존 욕구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는 예쁘지 않은 꽃이 없다. 제비꽃도 예쁘고, 장미꽃도 예쁘고, 늙어도 할미꽃, 뚱뚱해도 호박꽃, 우리는 모두 다 예쁜 꽃들이다. 하지만 유독 여자들이 예쁜 꽃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뭘까?

어느 설문조사 통계가 우습다.
10대 소년들에게 어떤 여자 친구를 만나고 싶냐했더니 ‘예쁜 여자’라 했다.
20대 청년들에게 어떤 여자와 미팅하고 싶냐했더니 ‘예쁜 여자’였고,
30대 남성들에게도 ‘어떤 여자랑 결혼하고 싶냐’했더니 ‘예쁜 여자’였다.
40대, 50대도 물론이었고 60, 70, 하물며 80대 할아버지도 ‘예쁜 여자랑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들 그러는 걸까. 여자들은 예뻐지겠다는 일념 하에 버스 안에서도 화장을 하고 식당에서도 빨갛게 립스틱을 바른다.
화장은 화장실에서 살짝 고치는 에티켓이라든지, 예쁜 얼굴만큼 예쁜 얼굴에서 나오는 예쁜 말이라든지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름다움!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름다워지려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겉과 속을 똑같이 가꾸고 꾸미는데 노력한다면 더 예쁘고 괜찮을 내가 될 텐데 말이다.

모과는 썩을 때 향기가 나고 사람은 베풀 때 향기가 난다.
우리는 모두 각자 한 송이 꽃으로 피었다가 마지막엔 저승꽃으로 피어나는 꽃들이지.
꽃이 아무리 예뻐도 향기가 없으면 진정한 꽃이 아니지 않겠는가.
아카시아 꽃향기가 저토록 흩날린다. 저 꽃 지기 전에 내 마음의 꽃향기도 은은하게 피워야겠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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