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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인의 손 그리고 반지

이우상 (수필가·한국문협 김천지부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7월 15일
ⓒ 김천신문
태풍도 지나가고 장마도 잠시 주춤한, 엊그제 초복을 넘긴 장날의 일이다. 이것저것 나물들을 한 보따리씩 팔러 나온 시골 할머니들 서너 분이 늦은 오후 시간 가지고 온 나물들을 다 팔았는지 나물을 싸 가지고 나온 듯한, 흙 묻은 헌 보자기 하나씩 들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다가 드디어 방물장수의 널빤지에 널려 있는 싸구려 액세서리 앞에서 결국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만다. 한 할머니는 한참을 서서 응시하다가 급기야 쪼그리고 앉더니 반지에 손이 간다.

이것저것 만져 보다가 이윽고 하나를 골라 쪼글쪼글 주름 잡힌 손가락에 끼어 본다. 다른 것 몇 개를 더 골라서 갈아 끼워 보더니 어렵게 하나를 골라 일금 만원에 흥정을 하여 꼬깃꼬깃 깊게 넣어 두었던 나물 팔아 장만한 거금(?)을 꺼내 값을 치르고 새 반지를 금방 끼는 것이 쑥스러운지 돈 넣었던 그 지갑에 정성스럽게 넣고 홀연히 일어나 잠시 허리를 펴고 섰다가 다시 허리를 굽혀 한쪽 팔을 앞뒤로 신나게 저으며 걸어간다.

마치 60년대 흑백영화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지만 따뜻하고 포근하기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아마도 오늘 저녁엔 손을 깨끗이 씻고 친구 찾아 마을 나들이를 할 것이 틀림없으리라.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이야 동서고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본능이요, 특권이라 했던가?

누구나 씻고 바르고 입고 달고 꾸미고 싶은 것이다. 오늘 반지를 산 할머니는 긁히고 무디어진 당신의 손이지만 반지를 껴 아름답게 하고 싶었을까. 젊었을 적에는 반지를 끼지 않아도 예뻤을 손, 수를 놓고 나물을 무치고 김을 매던 손이었다. 이렇게 인간에게 있어서 손의 가치는 엄청나다. 인간이 다른 여타의 동물과 구분 짓는 기준 중의 제일 첫째를 손의 유무로 논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뇌로부터 전달된 모든 일 거의 대부분을 손으로 시작해서 손으로 끝낸다. 기쁜 일, 슬픈 일, 크고 작은 모든 것을 손으로 해결하고 손으로 표현한다.

때로는 학문, 예술, 의식주 해결 등등 두루두루 손이 안 가는 곳이 없다. 손재주, 솜씨라는 말을 사용하여 인간의 능력을 평가받기도 한다. 조물주 하나님께서 이렇게 인간에게 손을 부여해 주심을 깊이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일이지만 때로는 이 손을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회가 혼란과 불안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손을 예쁘게 장식하는 방법의 한가지로 반지라는 것을 끼게 되었다.

반지라는 것이 왜 만들어 졌을까? 전해 내려오는 바에 의하면 어떤 약속이나 맹세의 증표로 반지를 교환했다고 하며 혹은 특별한 행사나 사건의 기념으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반지는 손을 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 같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손 또한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때문에 손은 가꾸기에 따라 얼마든지 더 예뻐질 수 있는 것이다. 시내버스 손잡이를 잡은 아가씨의 손가락에 가느다란 실반지(18k)를 끼고 있는 것을 보면 짜릿한 흥분과 함께 한번 잡아 보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깨끗한 손가락에 반짝이는 금빛 반지 !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름다움과 멋은 언제나 자연스러움을 전제로 한다. 주먹(?)만한 보석이 박힌 반지를 양 손가락에 주렁주렁 낀 손을 보노라면 아름답기는커녕 심한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차라리 반지 없는 손이 더 깨끗하고 지혜롭게 보일 때도 있다. 교왕과직(矯枉過直), 더 아름답게 보이려다 아름다움을 넘어서 더 흉하게 보여 진다면 차라리 안한 것만 못하다는 옛말처럼 말이다.

비록 반지가 없더라도 도톰하게 살찐 작은 손은 말랑말랑해 보여 귀여우며 길쭉한 손가락을 가진 손을 보면 왠지 예술가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넓적하게 큰손은 여유 있는 부잣집 맏며느리를 떠올리게 한다. 보통 크기의 손을 보면 평범한 가운데 단정함을 느끼게 된다.

이 모두가 자연스러움에서 맛보는 특유의 아름다움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손들도 크고 현란한 반지에 묻히면 그 본래의 모습이 퇴색해 버리고 만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얼굴 모습에서 성격을 읽듯이 손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정이나 성격을 느낄 수 있다.

가족을 위하고 이웃을 위해 정성을 쏟는 여인의 손, 깨끗하고 자그마한 그 손으로 자물자물 산나물을 무치는 모습, 하얀 캔버스 위에 그림붓을 가볍게 움직이는 모습, 깨끗한 화선지 위에 하느적하느적 붓글씨로 채워 가는 그 손가락에 자그마한 반지가 끼워 있으면 더욱 아름다워 보이겠으나 비록 반지가 없더라도 손 그 자체가 보석임에 틀림없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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