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천신문 |
어릴 적 모깃불 휘도는 들마루에 둘러앉아 커다란 바가지에 동솥에서 건져온 쇠비름에 보리밥 몇 덩어리 넣고 참기름 치고 빠알간 고추장 버무려 먹던 쇠비름 보리밥 마당 들마루에서 먹던 어머니의 밥상은 사계절이 있고 코끝 찡한 정이 버무려진 진수성찬 들마루 밥상이다 가지냉국, 오이냉국, 삶은 감자와 옥수수, 쇠비름 무침이 밥상에 올라오면 먹거리 풍성한 여름이다 여름엔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배가 불러 신났다. 잎은 푸르고 줄기는 붉고 씨앗은 검고 뿌리는 희고 꽃은 노랗다고 오행초라 불리는 다섯 가지 기운이 감도는 쇠비름나물 국민학교 5학년 때 순자는 미끌거려 못 먹겠다고 숟가락 내던지더니 도회지 살면서 몸에 좋다는 말에 뿌리째 뽑아 효소 담가 제 몸 챙긴다 후덥지근한 저녁이면 들마루에 앉아 모깃불에 눈 비비며 먹던 검붉은 쇠비름 보리밥이 생각난다 이 여름 쇠비름나물이 오행의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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