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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50년 전 영어시간에 배웠던 헤밍웨이의 책을 노인이 된 지금 노인들이 흔드는 나라에서 다시 읽습니다. “쿠바 연안에서 홀로 84일간의 낚시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노 어부의 이야기”를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엮어 “평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 역경, 고난 앞에서 장엄하고 영웅적이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잘 그려주고 있”어 출간 이듬해 퓰리처상을, 1954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하였고 영화로, 명대사로, 나아가 영어공부 교재로 남녀노소 없이 널리 알려지고 읽혀지는 ‘고전’인 ‘노인과 바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는 다된 밥에 재를 뿌리려는 70대 후반의 노인, 100년 역사에 먹칠하려는 80대 중반의 노인, 전제 군주시대로 돌이키려는 듯 하는 노인인 척하는 60세 중장년(우리나라 나이)이 정정하기가 젊은이 못지않으면서도 마음은 욕심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뭇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첫째 70대 후반의 노인 이야기
2월 28일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비례대표 출마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한겨레 인터넷판, 2016. 2.28)고 하신 분이 한 달 후인 3월 20일 비례대표 2번에 스스로 배정하고 당의 정체성과 규칙에 맞지 않는 사람을 당의 얼굴이라며 추천하였습니다. 이어 이를 거부하는 중앙위원회를 향해 “대접 바로 하지 않는 정당”이라며 “총선이후 내가 없이 이 정당이 바로 굴러갈 수 없다”며 ‘노욕’을 부린 노인입니다.
대접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하는 줄로 알았는데 자신의 역할에 맞지 않는 대우를 한다며 맡았던 대표의 직을 던져버리고 전체를 혼란에 빠트리는……. 아무리 보아도 몽니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바다 같은 욕심에 어안이 벙벙해 집니다. 본인의 결정이 중앙위원회의 결정보다 우선되어야 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은 자신의 견해이며 회의란 자신의 뜻을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라는 임금노릇, 총통노릇의 욕심이 진짜 문제라는 말입니다. 결국 없었던 일로 되었습니다만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 존재한다는 정당에서 노인이라고, 힘 있는 사람이라고 전체의 결정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또 한분은 지난 3월 20일 MBC 2580에 보도된 80대 중반의 노인입니다. 내용인즉 서울 YMCA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건물을 구매해주고 시민단체라고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수상한 공사와 거래가 줄을 이었는데 서울 YMCA 내부에선 이 모든 것이 수십 년째 YMCA 요직을 맡고 있는 고위층들과의 유착 관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으며 그 중심에는 80대 중반의 명예이사장의 명함을 가진 노인 목사님이라는 것이지요. 친척이 하는 건설회사에 감당하기 어려운 공사를 맡기고 회장이라는 실무대표 자리에 자신의 외손자를 앉히고는 수십억 원의 돈을 날려버린 일 등의 비상식, 몰염치의 한가운데는 만인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오해하고 지배하려는 바다 같은 욕심을 가진 노인이 있었습니다.
자기의 생각을 하나님의 뜻이라 만인을 희롱하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순리도, 양심도 나아가 최소한의 상식도 버리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면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고개를 돌리는 어르신 말입니다. (몇 년 전 서울YMCA는 여성들의 참정권 배제로 인해 YMCA의 정체성과 반하는 결의를 바꾸지 않음으로 한국YMCA전국연맹의 일원의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 역시 그 중심에는 그 분이 계셨기 때문?).
그러나 노인의 망령이 든(?)듯한 행동을 한 수 뛰어넘는 노인 아닌 노인(환갑이 내일 모래라 해도 아직은 50대이니 청춘)이 행하는 모습에는 통탄을 자아냅니다. 며칠 전 국무총리의 차량이 서울 역 플랫폼에 있는 사진이 신문 등 언론 매체, SNS를 온통 흔들고 있습니다(일부 언론이야 물론 입도 벙긋 않지만은). 총리란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며 나리님 행차와 가마를 두는 위치를 오늘날에 재현하듯 이리 욕먹을 짓을 저지릅니다. 화급한 국사가 없음에도 이리 무례한 일을 저지르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을 바라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태 추이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노인과 바다(같은 욕심)보다 훨씬 넘는 권위주의의 욕심 가득한 모습이 전 국민의 가슴을 와르르 무너뜨립니다. 정말 유신시대 이전으로 확실하게 돌아가는 것 아닌지요.
그러나 이보다는 정말 화나게 하는 철없는 노인의 추태에 화가 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명예, 권세, 돈 욕심이 있어서, 그 욕심 때문”에라는 말이라도 붙일 수 있는데 ‘무슨 무슨 연합’이니 하면서 무리를 지어 사사건건 기수를 자처하고 옳은 소리에는 기를 쓰고 막아서는 놀부 심뽀를 오늘 날에 발휘하여 광란하는 모습은 노인과 바다 같은 욕심의 끝판왕입니다. 이런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조심성이 많아질 뿐이다”라는 명문을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다 현명해 지는 것은 아니다. 욕심이란 괴물이 눈을 흐려 조심성이 없어질 뿐이다”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