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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소년의 달에

장병우(전 한일여고 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6년 05월 25일
ⓒ 김천신문
청소년의 달을 맞이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한 뉴스가 며칠 동안 텔레비전 화면에서 여러 가지의 주제들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본다. 그 중에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놀이나 체육과목을 통해서 하는 육체적인 활동이 미국의 어린이들의 육체적인 활동에 비해서 그 양이나 활동 시간이 30%밖에 안 된다고 걱정을 하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 설마 미국이 교통수단이나 아이들의 생활이 우리보다는 편리하게 되어 있을 텐데 그렇게까지야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요즈음 내가 사는 아파트의 아이들의 생활을 가만히 보면 또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만 보더라도 아파트의 놀이터에 놀이시설이 잘 되어 있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타고 놀면 재미있을 듯한 놀이기구도 여러 가지가 있고 바닥도 폭신하게 깔아놓아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잘 해놓았다. 그러나 그 놀이터에 나와서 놀이기구를 타면서 웃고 떠들며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본 일이 별로 없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던 20여 년 전만 해도 아파트의 좁은 마당에 아이들이 나와 공을 차고 술래잡기를 하느라 떠들어대서 어른들은 시끄러워서 못살겠다고 야단을 치기 일쑤고 할머니들이 썰어서 늘어놓은 무말랭이를 둘러엎어 혼쭐이 나고 쫓겨나는 광경을 매일 보곤 하였는데 지금은 아파트 마당에는 하루 종일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침이면 어른들보다 일찍 어린이집 차를 타고 등교하여 하루 내 마당도 없는 어린이 집의 실내에서 생활하다가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와서도 학원을 가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집안에서만 온통 시간을 다 보낸다. 집에서 뛰고 놀만한 공간이 없을 뿐 아니라 형제가 없으니 함께 장난치고 놀 친구가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가면 거기서도 아이들은 좋은 경치를 구경하거나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밖에 나가 놀거나 구경하려고 하지 않는다. 숙소의 방에서 구석구석 혼자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온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도 설악산의 가을 단풍도 그들은 관심이 없다. 햇볕에 나가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더구나 걷는 것은 한 발짝도 안하려고 한다. 수학여행 중에도 밤에는 늦도록 휴대폰을 가지고 놀고 버스에 태워서 구경을 시키고 체험을 시키려고 하면 질색을 하고 제발 잠이나 자게 그냥 놓아두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학교에서 그나마 하던 체육활동도 거의 없어져 가고 있다. 체육도 운동장에서 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시간을 때우기를 바란다. 그래서 학교의 운동장은 하루 내도록 텅 비어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 학교들은 넓은 운동장이 필요가 없어졌다. 동네의 초등학교도 운동장에 뛰어다니며 놀거나 땀을 흘리며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기가 힘들다. 운동장이 이만큼 주차장이 되어 있어도 아이들은 하나도 불편하지 않은가 보다. 

이런 일은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어느 아동학자가 실시한 어린이 대상 설문조사의 대답 중 “저는 집에서 노는 게 더 좋아요. 전기 콘센트가 있으니까요.”라고 하는 아이들이 많고 바깥에서 노는 것이 비생산적이라고 여기고 바깥은 거칠고 생소하고 위험하며 무엇보다 그런 것들은 텔레비전에서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침마다 지나다니는 초등학교의 교문 앞 광경을 봐도 그렇다.
아파트 단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이 학교의 아침풍경은 학교 주변 도로에 수많은 차들이 줄지어서 교통 혼잡을 이룬다. 차마다 아이들을 등교시간에 맞추어 내려놓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복잡하기도 하려니와 위험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근 지구대에서 나오고 교사들도 나와서 교통정리를 하지만 거기를 매일 지나다니는 나는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짐작하건데 그 학교의 학구는 그 아파트를 위시해서 그 주변의 상가와 주택으로 이루어져 있으리라. 멀어도 몇 백 미터의 거리가 고작일 터인데도 너도 나도 아침마다 차로 아이들을 배달하듯이 학교의 교문 앞에다 바쁘게 내려놓고 간다. 머잖은 거리를 엄마 손을 잡고 걸어서 등교하는 아이들이나 가방을 메고 자매간이나 형제간에 손을 잡고 등교하는 아이들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심지어 교사들도 그 아파트 단지 내에 살면서도 몇 백 미터 거리의 출퇴근길에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작년 연말에 공부하러 가는 제 아빠를 따라 호주에 가서 살고 있는 손녀 아이들을 보러 갔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이제 갓 입학한 두 아이들은 아침에 등교할 때 차를 태워다 주면 오후 두 시 반 하교할 때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차도를 건너서 지루한 호숫가를 따라 걸어서 또 숲을 끼고 한참을 걸어야 학교의 잔디운동장이 나온다. 내가 한동안 아침 운동길에 자주 걸었는데 왕복 7·8킬로미터는 족히 될 듯한 거리이다. 거기다가 더운 날씨에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지정한 스타킹과 투박하고 무거운 검정 운동화를 신고 더운 오후 시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어서 다니는 모습이 여간 안쓰럽지가 않았다. 그것도 오는 길에 놀이터를 두어 군데 들러서 그네 타고 미끄럼 타고 모래밭에서 실컷 놀다가 신발에 모래를 가득 담아가지고 신고 돌아온다. 학원도 숙제도 과외도 없다. 그저 아이들은 집밖에서 뛰고 놀고 지쳐서 저녁에는 곯아 떨어져 잔다는 것이다. 거기는 몇 달 빼고는 기온이 30도 이상이다. 아이가 새까맣게 그을려서 손등, 발등까지 새까매서 그 나라 아이들 사이에 섞여서 있으면 유난히 더 까맣게 보인다. 

거기는 휴양지역 소도시라 비교적 동네가 조용하고 교통도 복잡하지 않아서 안전한 편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게 바깥에서 많이 활동하고 바닷가나 산으로 가족과 함께 다니면서 아이들이 햇볕 아래서 뛰고 노는 일이 많아 보였다. 이웃에 사는 아이들이 놀러 와서는 마당에 모여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거나 지역에서 열어주는 체험 활동을 모두 야외에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일상에 꼭 챙기라고 지도하는 것이 모자와 물이라고 한다. 모자로 뜨거운 햇빛을 가리고 물을 마셔서 일사병을 예방하라고 한다니 아이들도 더운 날씨와 뜨거운 햇빛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깥활동을 많이 한단다. 

A.S 닐이라는 사람은 ‘서머힐, 시험도 숙제도 없는 자율학교’라는 책에서 어린이는 복종이나 지배가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 조화하면서 안정을 찾고, 지적 감성적 예술적 능력을 배우고 길러 나간다. 따라서 아동을 가르치는 교육의 내용은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자신의 내면적 힘과 창의력을 살리는 것, 놀이, 재미있는 일, 큰 웃음, 음악, 춤, 남에 대한 배려, 인간에 대한 신뢰가 주된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육의 목적을 행복해지는 것, 많이 소유하거나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인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5월은 어린이날이 있고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이 보다 더 힘찬 기상을 가지고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키워 나갔으면 한다. 이제 교육문제의 핵심은 경쟁에서 이기는 아이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자포자기 하지 않고 세상을 버티며 살아나가는 아이를 길러내는 데 있다. 자기를 존중하며 살아갈 사람을 기르는 데 있기에 하는 말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6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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