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천신문 |
제20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여야간 원구성 협상이 지연돼 불안한 시작이긴 합니다만 이제부터 20대 국회의 시계도 4년간 쉼 없이 돌아갈 것입니다.
20대 국회 앞길에도 결코 녹록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경기침체와 취업난, 구조조정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의 골을 해결하는 것도 시급한 숙제입니다.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 위협은 올해 있을 미국 대선, 내년 우리 대선과 맞물려 안보·외교적 난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숱한 난제들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4년 전 300명의 당선자들은 역사적인 무대 앞에 서서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국민들을 향해 다짐했습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합니다.”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지난 4년을 뒤돌아 봅니다. 지나 온 1,460일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했느냐는 물음 앞에 저 자신부터 작아지는 것은 비단 저 만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19대 총선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을 때만 해도 의정활동 쯤이야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1등 당선의 여세를 몰아 원내대변인으로 정권 재창출에 기여했고, 지방살리기를 외치고, 동서화합포럼을 결성해 국민대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4년간 모두 638건의 법안도 발의했습니다. 테러방지법을 대표 발의해 무방비 상태의 국민 안전을 지켜냈고, 국가 안보가 주요 이슈가 될 때마다 방송에 나가 여당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이 정도면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밥값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9대 국회 시계는 그대로 멈춰있었습니다.
19대 국회 4년 임기동안 1만7822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가운데 1만188건의 법안이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특별법, 김영란법, 공무원연금법 등 주요 법안들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고,
예산안도 2년 연속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시한에 맞추어 처리하는 등 공(功)도 있습니다만 단순 수치만을 따져서 최악이라고 하니 억울함도 있습니다.
법안 가결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의원들의 법안 발의 건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핑계일 수도 있습니다.
의장 직권 상정을 크게 제한하고 다수당의 일방통행식 처리를 막기 위한 국회 선진화법의 탓도 있지만 이 또한 핑계로 치부할 수밖에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솔직히 자괴감이 듭니다. 동물국회니 식물국회니 하는 것도 국회의원들 스스로 자초한 자업자득이라고 통렬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국민바라기’정치, 지난 4년간 역대 최악이라는 황무지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식 정치를 말입니다.
절묘한 3당 분립의 20대 총선결과가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여소야대’의 3당 분립 체제는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이기도 합니다. 이제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으며 ‘국민바라기’ 정치를 하겠다고 다시한번 가슴에 손을 얹어 봅니다.
역대 최악이라는 지난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비록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당으로서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만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한 협치의 정치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습니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만큼 20대 국회는 역대 가장 아름다운 정치, 가장 훌륭한 국회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일하는 국회,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꼭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2016. 5. 31
국회의원 이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