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천신문 |
사드(THAAD)로 인해 사회가 흉흉하다. 최근에는 성주 성산포대에서 우리 김천과 접해 있는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 CC(이하 롯데CC로 표기)로 배치 장소가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곳은 행정 구역상 성주군이라 해도 김천이나 마찬가지이다.
만약 이곳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김천이 입게 되어 있다. 북한과 중국을 향하여 배치될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김천을 관통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 김천의 생활환경은 걷잡을 수 없이 저락하고 말 것이다.
이런 심각성을 시(市)에서도 인식하고 몇 번에 걸쳐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고 한다. 지난 8월 15일 이것과 관련 김천시 긴급 확대간부회의가 열렸고, 16일 시의회 성명서 발표가 있었다. 18일 시와 시의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배치 반대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8월 19일에는 150 여 명이 모인 가운데 김천시 기관 단체장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롯데CC 인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강력 반대하고 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였다. 다수가 모였을 때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원칙이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시장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사드는 우리에게 중차대한 문제이다.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조직 구성을 위임받은 시장은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 대책위는 장기성을 띤 조직이 아니라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활동하는 한시적 조직이고,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정부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가 목적하고 있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강고한 의지로 자세를 가다듬고 임해야 한다. 사드 철회에 대한 우리의 싸움 상대는 정부 그리고 미국이기 때문에 간단치가 않다. 시장에게 빠른 조직 구성을 촉구하면서 고려해야 할 것 몇 가지를 제언하려고 한다.
첫째, 대책위 지도부는 공동 대표단으로 꾸리는 것이 좋다. 대책위는 친목을 도모하는 단체가 아니라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정부와 싸워야 한다. 어떤 땐 대화로 또 다른 땐 협상으로, 어떤 때는 물리적 힘으로 싸워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런 투쟁에 유효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몇 명의 공동 대표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이 나서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또 시장이나 시의회 의장이 나서서 싸워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또 순수한 시민이 나서서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하는 모습이 필요할 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일회성 싸움이 아닌 사안엔 동력 상실을 고려해야 한다. 대표들이 잡혀가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때를 대비하기 위해 공동 대표제가 되어야 한다. 투쟁을 위한 한시적 조직에 공동 대표를 두는 것은 보편적이다.
둘째, 공동대표는 명실상부(名實相符)하게 시민 대표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회 의장은 꼭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자생력이 있는 시민단체 대표들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대책위는 우리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야전 사령부와도 같다. 국회의원과 시장 등에게 공동 대표를 맡기는 것은 사드 반대 투쟁에 전 시민이 힘을 모은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시민단체 대표는 관변이 아닌 자생력을 갖고 있는 단체를 우선 고려한다. 시와의 관계에 있어서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좋을 것이다. 공적인 일에 시가 나서지 못할 경우 시민단체 대표는 비교적 자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 부문을 대표하는 단체(이들은 공동 대표 아래 단위에 배치될 수 있음)보다도 부문을 아우른, 즉 연합성을 띤 단체 대표가 적임자가 되겠다.
현재 조직되어 있는 지역 대책위(가령 율곡, 농소 등)는 투쟁 단위에 배치되어 활동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롯데 CC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이것은 대한민국의 문제이자 김천 전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접적이고 큰 피해 당사자는 롯데 CC 인근 주민들이다. 이들이 앞장서서 싸우면 전체 대책위의 좋은 투쟁 동력이 될 것이다.
셋째, 대책위가 투쟁조직이 되어야 하는 만큼 실전에 능한 사람들을 많이 확보해서 조직해야 한다. 이름만 올려놓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람을 배제하자는 것이다. 관(官) 조직이 위계질서에 의한 보이기식 조직으로 흐르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이번에 구성되는 대책위는 명실이 상부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 중심으로 꾸려야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랜 활동 경험이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전투력을 십분 활용하는 게 좋다.
넷째, 민관(民官)이 상호 협조 속에 원활하게 조직을 운용하려면 역할 분담이 분명하게 되어야 한다. 투쟁에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인력과 재정이다. 인력은 민(民)이 재정과 공조직은 관(官)이 책임지고 가동해 주어야 힘이 생긴다. 김천시 전체의 명운이 걸린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시(市)의 물심양면(物心兩面) 협조는 필수적이다.
다섯째, 투쟁의 방향과 목적에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있어야 한다. 대의명분이란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를 다른 지역은 몰라도 우리 지역만은 절대 안 된다든지, 성주 성산포대로 다시 돌려보내라는 등의 주장은 대의명분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사드 배치를 지역의 문제, 일종의 님비 현상으로 전락시키고 만다. 정부가 이 점을 역이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김천을 이끌어 가고 있는 지도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드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그것을 한반도에 배치하지 않는 것이다. 투쟁의 출발 지점이 이렇게 되어야 대의에도 부합하고 명분에도 맞는다.
조직 구성과는 크게 관계가 없지만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 도의원, 시장, 시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롯데 CC 근처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온 몸으로 막아 달라는 것이다. 아니 시민과 손잡고 함께 막아보자.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찬성하지만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논리는 소인배 논리밖에 안 된다. 내 지역 주민이 소중하다면 확대해서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치인의 지역 주민 사랑은 선거 때 드러나는 게 아니다. 많은 주민이 위난(危難)에 빠지려고 할 때 함께 하는가의 여부에서 드러난다. 자신의 영달만 생각하는 사람은 어려움에 처한 시민을 쉬 외면할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반대가 당론과 어긋나기 때문에 별 도리 없다고 할 게 아니다. 당론과 지역 주민의 의사가 대립할 때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가는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알 수 있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