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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분란과 갈등에 더해 분노를 몰고 다니는 사드로 인해서 지금 우리 김천에 사는 사람들은 흉흉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잘 아시지요? 매일 저녁 시청 앞에서 그리고 김천역 광장에 모여 사드 반대 촛불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농사일을 끝내고 그리고 직장을 마치고 모여 촛불을 드는 우리들의 마음도 착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민(民)과 관(官)이 힘을 모아 사드반대김천투쟁위원회를 꾸려 우리 시민의 뜻을 다각도로 알리며 싸우고 있습니다.
어제(9월 1일)는 시민 1천2백 여 명이 상경하여 국방부를 방문, 한민구 장관과 대화를 하였지만 한 치의 진전도 없었습니다. 이 사드 문제는 이미 국방장관의 손을 떠나 있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정부는 왜 우리 순박한 시민을 이렇게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지요. 왜 불편한 시간을 보내게 만들고 화나게 하는지요.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정치인들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 정상 아닌가요?
오늘 지인이 우리 지역 국회의원인 당신에 대한 동영상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아 의장실을 찾아가서 항의하는 동영상이었습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사드 문제만을 갖고 생각해 보려 합니다. 정 의장이 사드 배치 결정에 국민과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사드 문제는 우리 김천의 가장 큰 현안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쯤은 아실 줄 믿습니다.
당신은 정 의장의 사드 문제 언급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위한 것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정 의장을 나무라고 있었습니다. 들끓는 지역 여론을 외면하고 자신은 한반도에 사드가 꼭 배치되어야 한다며 결기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해 줄 수 있는 무기이고, 북한의 공격으로 우리 국민을 보호해 주는 것이라면 생활상의 침해를 받더라도 배치되어야 할 것입니다. 개인보다 국가가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방면의 많은 학자들이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민족의 안위를 지켜주는 무기가 되지 못한다고 결론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각 있는 보수적 군사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백보를 양보해서 사드가 대북 방어용으로 필요하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먼저 국가 안보를 위해서 사드에 대해 배치를 생각하고 구입을 해야 옳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강청에 의해 한반도 배치가 추진되지 않았습니까.
미국 정부는 레이건 때부터 줄기차게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요청해왔습니다. 그러나 미묘한 외교적 문제가 결부되어 역대 정권들은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그것을 덥석 받고 말았습니다. 무슨 연유에선지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정권도 사드의 용도를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북한 방어용이 아니라 중국과 극동 러시아 탐사용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사드가 북의 핵미사일 방어용으로 꼭 필요하다면 그것의 배치를 당당하게 추진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했습니까? 아닙니다. 금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은 후에도 사드 배치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물음에 국방부 장관을 비롯하여 관계자들은 3 NO 입장으로 일관했습니다. 미국에서 사드에 대해 요청한 바도 없고(No Request), 협의한 바도 없으며(No Consultation), 따라서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No Decision)고 계속 대답했습니다. 쉬쉬하며 은밀히 협상을 해 온 것이지요. 얼마나 떳떳하지 못하면 이런 이중적 모습을 취할 수밖에 없었겠습니까.
이 정권은 이성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말로 들립니까? 국민을 위한 정권이 아니라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정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사를 과거 암흑의 시대(유신 독재)로 되돌리는 우를 범하고 있어요. 사드에 대한 여당의 당론이 있었습니까? 없었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 의견이 있었을 뿐이지 당론이라는 게 없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일찍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난 8월 31일이었나요? 새누리당은 '사드 한반도 배치 찬성'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지만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뭡니까.
마치 북한 인민위원회의 100 % 찬성 회의 결과를 보는 것과 같은 당혹감이 일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여당에서 한 사람의 이견도 없이 사드 문제를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해당 지역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문제인데도 말입니다. 사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지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허탈한 마음이 일었습니다. 조폭 조직도 이렇게는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우리 지역 국회의원인 당신의 태도에 일말의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우리 지역의 주민들이 일상적 삶을 조여가면서 사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조금은 고려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여느 의원보다도 더 당당하게 보란 듯이 앞장서서 사드 찬성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평하기를 이철우는 너무 편한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말들을 합니다. 환영해 주는 자리는 계모임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불편한 자리는 극구 피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라면 그곳의 현안이 어떤 것이 되었든 피하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이 바른 정치인의 자세가 아닐까요.
사드 배치 지역이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 CC로 이전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있자 우리 김천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곳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성주군이지만 실제 김천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지난 8월 25일 시민 1만 여 명이 김천종합운동장에 모여 사드결사반대 결의대회를 가졌습니다. 그때 당신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지요. 아마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물병이 날아가는 등 심한 야유가 쏟아질 것이라는 것을. 다른 데 이유가 있지 않습니다. 시민이 어려움을 당하고 생활리듬을 파괴하면서까지 투쟁하고 있는데, 함께 하지 않은 데 대한 분노였습니다. 심지어 사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는 그 시각 김천에 있었으면서도 피한 당신의 당당하지 못한 자세에 대한 실망의 반응이었습니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데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지역민에 대한 오만불손한 태도이자 감정이 개입된 태도 아닙니까? 사드에 대해 지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이해시키며 또 잘못된 게 있으면 자근자근 설득하는 모습을 우리는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느니,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방어에 꼭 필요하다느니,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거스를 수 없다느니 하는 공자왈식 자세로 일관했습니다. 당신이 20 여 년 간 정보기관에 근무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기관의 폐쇄적 안목을 벗어 버리고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트인 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국회의원을 원합니다. 지역 주민의 바른 항의에 대해,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기 위해 연연하지 않겠다는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는 것을, '대통령님, 그것은 아닙니다'라며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국회의원을 바랍니다. 괘씸죄에 걸려 다음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다 해도 지역 주민들은 그를 참된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호위무사라도 된 듯 더 날뛰더군요. 가관이어서 보기가 참으로 민망합디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다음에 그것을 똑똑히 보여 주자고 벼르는 지역민이 한둘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이성을 잃은 정부, 과거의 잘못을 생각하지 못하는 여당에서 바른 역할을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의 이성을 찾게 하고, 새누리당이 다수당이었을 때,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어떤 횡포를 부렸는지 좀 되새기며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삼으시면 좋겠습니다. 또 지역민들이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으며 어떤 고통 속에 있는지 헤아려 보시기를 권합니다. 사드 문제로 농사일을 미뤄가며 외치는 농민들의 소리, 직장인들의 우려와 혁신도시 젊은 엄마들의 분노의 소리를 경청할 것을 권합니다. 여기에 더해 국회 정보위원장으로서 사드에 대해 공부하시기를 당부합니다.
정치하는 사람을 저는 정치인과 정치꾼으로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개인의 영달에 앞서 진정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고, 정치꾼은 국민보다는 자신의 앞날을 타산하며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는 사람을 말합니다. 당신에게 아직도 참된 정치인의 상을 지우지 않으려 합니다. 사드 문제로 피차 앞날이 어수선하게 전개될 것 같습니다. 사드 배치 지역이 롯데 CC로 결정된다면 김천 시민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총력 궐기할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3선 의원으로서 김천의 시민들에게 적잖은 사랑을 입은 이철우 의원 당신, 그 사랑을 갚을 때가 혹 지금이 아닐는지요. 통찰하시고 바른 길을 걷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울러 환절기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