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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오뎅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저물녘 골목길 오뎅보다 국물을 더 많이 홀짝이며 추억에 젖어본다. 벌써 30년도 더 된 때의 일이지만 사회 초년생의 고달픔을 달래주던 포장마차에서 갓 구워낸 뜨끈한 붕어빵 속의 단팥맛과 파 송송 썬 간장에 오뎅 찍어 먹던 그 맛,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그때 요리 만드는 것을 좋아했더라면 지금쯤 오뎅집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인아줌마 모르게 크크 웃음이 났다.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벼랑 끝에 선 우리네들! 오뎅집이 더 바쁘지 않을까.
남의 나라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던 지진이 5.8이라는 크기로 ‘쿵’ 우리를 흔들었고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니 불안하기 그지없다.
태풍은 자동차를 둥둥 떠내려가게 한다. 사람의 힘이 자연 앞에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쥐었다 놨다 가슴이 오그라들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미가 메말라 가는 세상에 ‘김영란법’이라는 게 생겨 아이들이 가져오는 초코파이조차 다시 되돌려 보내야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칭찬한다고 사탕 하나 줘도 겁나고 수고한다고, 고맙다고 보내주는 농사지은 사과 몇 개도 달갑지가 않다.
물론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청렴사회 구현은 바람직하나 인성교육이니 인간성 회복이니 하는 말들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닌지.
그도 그렇지만 지역민들끼리 갈등의 불씨를 던진 사드 배치는 정말 뜨거운 감자다. 시내가 온통 ‘사드 배치 결사반대’의 붉은 글씨로 도배 되어있고 또 어떤 이는 지지한다고 밤새 또 현수막을 달고 그날 오후면 그 위에 또 ‘삼대를 지켜보겠노라’고 다른 현수막으로 덮어 놓는다. 도대체 전쟁이 따로 없다.
우리 모두를 정서 불안으로 다 내 몰아치는 오늘이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힘들다’, ‘못 살겠다’고 격분하게 된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누구라 할 것 없이 감정의 자제가 안 되는 감정장애, 그리고 기분장애, 불안장애인으로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다. 하지만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잘못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지구엔 약 2억 5천만년 전에 공룡들이 살았고 구석기 시대엔 크로마뇽인들이 우리의 선조였지. 우리 할머니는 임진왜란을 거쳤고 우리 어머니는 6·25를 겪었다. 지구는 원래 모습이 지금 모양대로가 아니라 계속 지각 변동해갈 뿐이다.
세계는 1차, 2차 대전이 있었고 결국 인류는 자기들끼리 싸운다. 어쩌면 수억 년이 지나 살아남은 자들이 또 다시 열매를 따고 산짐승을 사냥하는 원시적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너무 흥분하지 말자. 스피노자의 말처럼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으로 우리는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어차피 하는 일에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의미를 부여해 주어진 시간을 잘 사는 수밖에 또 무엇이 필요할까.
소와 말이 급류에 떠내려가는데 헤엄 잘 치는 말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다 힘이 빠져 익사하고 헤엄 못 치는 소는 물살 따라 둥둥 떠내려가다 조금씩 강가로 나와 목숨을 건진다는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속수무책으로 그 무엇들이 우리를 휩쓴다 해도 천천히 심호흡을 가다듬고 또박또박 걸어가자.
날이 점점 추워진다. 입어도 껴입어도 찬바람은 우리의 뼛속을 파고들겠지.
마음속에 따끈한 오뎅 국물을 채우고 작은 난로 하나씩 넣어 한번 뿐인 오늘 또 오늘을 따뜻하게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