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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갱시기가 유난스레 먹고 싶은 지금이다

백승한(수필가·순천제일대 식생활과 교수)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1월 25일
ⓒ 김천신문
 요즘 현실이 답답하다 못해 과음한 양 속이 쓰리는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대로 속을 달래 줄 음식이라도 찾아본다. 냉면, 동치미 등 이가 시리고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차가운 겨울음식이 있긴 하다. 하지만 오늘따라 한 그릇 비우면 뜨끈하면서도 속이 확 풀리는 고향음식인 갱시기가 유난스레 먹고 싶다.

 신맛이 클라이맥스를 갓 지난 김장김치에다 흔하디흔한 콩나물과 멸치 한줌. 여기까지는 원조라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김천을 비롯한 경상도 어디에서든 유사한다. 하지만 식은 밥이나 불린 쌀, 고구마, 감자, 국수, 수제비, 가래떡, 심지어 라면까지 지역에 따라 재료가 달라지는 것이 재미나다.

 내친김에 갱시기라 불리는 명칭을 조사해보니 이수현 작가의 도란도란 식탁(조선닷컴)에 “지방마다 밥시기, 갱죽, 콩나물김치죽, 갱싱이죽, 밥구족, 그냥 김치죽까지 불려진다”고 소개하고 있다. 남부지방에서는 김치국밥이라고 해야 고개를 꺼덕인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블로그(영남일보)에서는 대구십미(大邱十味)에 선정되지 않아 무척 아쉽다며 “소면 대신 묵채 쓰면 경주식, 어탕국수 변신하면 거창식, 가래떡 대신 감자 쓴 포항식, 칠곡에선 갱죽, 해산물과 칼국수의 구룡포식, 콩나물 대신 톳 쓰면 제주식 게다가 라면갱시기 등으로 응용돼 10∼20대 입맛 사로잡기도 한다”고 무한한 응용과 국민 먹거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갱시기는 서민음식 겸 전통음식이기도 하지만 소위 말하는 소울푸드라는 생각이 새삼 느껴진다. 개별로는 볼품없는 찬거리들이 한데 섞여 새로운 맛을 만들고서 푸짐하고 든든하게 한 끼 해결해 주기도 했으며 식구는 많고 먹거리가 부족한 가난한 시절에 가장의 호주머니 사정을 이해해주는 효자이기도 했다. 솥에 한소끔 끓여내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호호 불며 먹자니 가족 간의 사소한 감정들도 봄눈 녹듯이 녹아 유대관계도 좋게 해주기도 한 음식이다.

 또한 갱시기의 식은 밥은 뜨거운 국물로 인해 데워지고 불려져서 메뉴의 주인이 되고 곰 삵은 신 김치는 포만감과 질감 그리고 감칠맛까지 더해주는 주찬으로 거듭난다. 멸치 한 줌은 국물 맛의 화룡정점으로 산화되는 동시에 영양의 조화를 가져다주는 주빈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어떠한 부재료가 들어와도 포용하고 융합되어 하나의 음식으로 재탄생한다. 가히 향토음식 갱시기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듯하다.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은“내가 잘되고 네가 실패하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다. 함께 성공해야만 진정으로 성공한 것이다. 공생은 더 큰 성공을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제 세상은 산업혁명과 창조혁명을 넘어 생산성을 극대화 시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분야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지식을 가지고 있는 T자형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상은 지식과 경험은 물론 다른 문화적, 종교적 배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재여야 한다. 자신만의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열 수 있는 만큼 개방하여 바깥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도 내보내 서로 소통하며 발전해야 할 것이다.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아 현재의 국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민초들의 별찬 갱시기가 내포하고 있는‘공생과 소통’이라는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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