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천신문 | |
눈길로만 키운 것들엔 닿을 수 없는 애절함이 스며있다. 북쪽으로 난 서재 창 너머 발길은커녕 눈길조차 외면당한 후미진 곳 나리꽃 몇 송이 몇 년째 저 혼자 세월을 이고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 그저 묵연히 바라만 볼 뿐 지독한 가뭄에도 물 한 모금 건네지 못했지만 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창을 두드린다. 출렁이는 빌딩숲 꼬박꼬박 내는 월세에 저당 잡혀 연애도 결혼도 자식도 꿈도 희망도 포기해야하는 5포 세대의 막막한 산길 같은 청춘이 시름시름, 산그늘마냥 깊어가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봐야하는 물노을에 깃든 마음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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