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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농촌 엄마의 초등 입학기

정연주(주부·오케이농원 팜누리)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4월 04일
ⓒ 김천신문
큰 아이가 드디어 초등학생이 되어 나도 학부모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입학식에 다녀와 긴장이 싹 풀렸다는 아이의 고백처럼 엄마인 나도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친구도 많고 선생님도 좋으니 엄마도 안심이야!
직업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농부인지라 보금자리도 직장을 끼고 있는 농촌살이 속에 아이들에게 주어질 환경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동네 초등학교를 지날 때면 우리 아이들이 다닐 학교라 생각하며 눈도장을 꾹꾹 찍었고 아이가 셋이 되면서부터는 그 관심이 더 커졌다. 이따금 하교하는 아이들에게 말을 붙이고 학부모를 만나면 학교소식을 물으며 우리 아이의 학교가 폐교가 되지 않기를 바랐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동사무소로부터 연락이 왔다.
“직지초등학교에 입학시키실 거지요?”
“네, 그럼요.”
보내는 게 확실하냐는 물음에 그동안 준비되었던 당연한 대답을 한 며칠 뒤 입학 통지서가 도착했다. 드디어 학교에 가는구나!
대부분의 농촌 학교가 그러하듯 우리 아이가 다닐 학교는 작은 학교다.
예전에는 큰 학교였는데 점점 작아진 학교. 한 학년이 한 학급, 예닐곱 명 정도가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는 아담한 학교. 그리고 올해의 입학생은 무려 열한 명! 나는 오륙십 명이 빼곡하게 앉고도 열 학급이 넘는 콩나물시루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 아이는 달라도 너무 다른 상황이다. 

이 아이들이 6년을 함께한단 말이지? 죽마고우가 될 거란 말이지? 그런 생각으로 쪼로록 서 있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쓰다듬으니 모두가 내 자식처럼 귀엽다.
아이야, 네가 성장 후 돌아보면 작은 학교를 다닌 것이 복일 지도 몰라. 친구가 너무 적어 시시하면 어쩌나 했던 걱정과 달리 찐한 우정을 나눌 수 있어 좋을지도 몰라.
학교시설도 좋고 담임선생님도 푸근하고 남녀 비율이 반반인 것도 좋고 엄마들의 국적이 다양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드디어 나도 근처에 사는 또래 엄마를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아이가 학교 들어가며 만난 엄마들과는 오랜 친구가 되더라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다. 우리 지역에 외국서 시집온 엄마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었기에 엄마들과 잘 지내며 아이가 친구 집에서 색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엄마들이 함께하는 주말 공동육아의 꿈도 그려보곤 했었다. 이 이상적인 꿈은 몇몇 엄마들이라도 호응을 해 줘야 작게라도 이룰 수 있는 일인지라 내심 조심스러웠는데 한 엄마에게 살짝 얘기를 꺼내보니 반응이 괜찮다. 며칠 전 어머니회 모임에 나가서 한번 더 인사의 시간을 가지고 엄마들의 전화번호를 받아왔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이기에 타국에 와서도 씩씩하게 잘 살 거라는 내 기대처럼 약간 어색한 말투로도 김천 사투리를 시원하게 쏟아내던 밝고 명랑한 엄마들을 만나고 보니 사뭇 희망적이다.

적응의 한 달이 가고 두 번째 달을 맞았다.
날씨가 많이 풀린 4월부터는 등교하자마자 운동장을 뛰고 교실로 올라간단다. 맞이하는 선생님과 먼저 온 아이들을 따라 아이가 가방을 풀밭에 벗어두고 뛰기 시작한다. 전교생이 다 뛰어도 널찍한 운동장. 세 바퀴를 뛰고도 더 뛰겠다는 아이들을 기분 좋게 바라보다 뒤를 돌아보니 같은 표정으로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1학년 동지 엄마들이 서있다.
그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그래 이제 나도 그려왔던 그림을 그려볼까? 슬슬 마음의 시동을 걸어본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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