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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배영희(수필가·효동어린이집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4월 23일
ⓒ 김천신문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 도대체 장애인들을 축하해주라는 날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 주라는 날인지 출근길에 운전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무어라고 해야 할까?
너희는 장애인이고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라고 달력을 짚어 줘야 할까, 아님 6·25처럼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묵묵히 하루를 어서 넘기고 말아야 할까.
무거운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하늘이 뿌옇다.
8시 20분. 어린이집 앞에 주차를 하려는데 ‘이크!’ 무슨 일인지 양쪽으로 주차를 해놓아 들어오는 차와 나가는 차가 이마를 맞대고 있다.

한 시간에 한번 들어오는 시내버스도 그냥 정지해 있고 사람들은 클랙슨을 눌러대며 고개를 내밀어 삿대질을 해댄다.
어찌어찌 겨우, 그래도 나는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진입할 수 있었건만 우리 아이들을 위한 주차공간까지 처음 보는 차들이 엉켜져 있었다.

아~~ 이일을 어쩌나 발을 동동 구르다 해당 파출소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금 차들이 서로 엉키어 난리가 났어요. 누군가 교통정리를 해주셔야겠네요” 하니 “오늘 스포츠타운 행사가 있는 모양이니 그쪽에다 얘기해보세요”란다. “아니, 그래도 일단 한번 현장에 나와 주세요”라며 SOS를 보냈다.

그리고는 학부모들이 주차할 공간을 겨우 확보하고 지켜 서 있는데 휠체어를 탄 우리 아이들이 간신히 문을 열고 내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폐아들도 선생님 손을 잡고 재난대피하듯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경찰차가 반갑게 왔다. 급한 마음에 그래도 최대한 진정을 시키고 이제 해결되겠거니 했건만 운전하는 경찰관은 아마 친구와 통화 중인 것 같은데 주차를 해놓고도 내릴 생각을 않는다. 이삼 분은 족히 지났을 쯤 옆에 앉은 경찰이 내린다.

“여기 좀 보세요. 시내버스도 못나가고 양방 통행도 안 되고 이것 좀 해결해 주세요”했더니 “아 예, 제가 전화번호 하나 가르쳐 드릴게요. 420-****으로 전화하면 시청 민원실이거든요. 이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예요”하며 내 폰에 시선을 둔다. 그리고는 “112로 전화하면 안 돼죠. 그건 긴급전화 전화예요” 하고는 의미 없는 미소를 짓고 부릉 떠나버렸다.

“여보세요 지금 국민체육센터 앞인데요” 하며 경찰관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마 전국에서 온 모양인데 어찌 좀 해결해주세요” 했더니 “잠깐만요” 하고는 어디론가 또 바꿔준다. 그리고는 또 똑같은 말을 하고 몇 번을 돌린 끝에 “예, 스포츠타운입니다” 라고 누군가 받는다.
 
“근데 왜 수영장 주차장과 국민체육센터 주차장은 바리케이트를 쳐놓고 길가에 200M도 넘게 주차전쟁이 일어나게 하지요?” 라고 물었더니 “김천에온 선수들만 주차하게 하려고 그럽니다”란다 “아니 그게 아니구요 이 차들이 다 관련된 차이지 않을까요? 모두를 주차하게 해 주셔야 되지 않나요?”했더니 “9시가 되면 담당직원이 나오니 그때 나가보라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휴~~아직도 40분이나 남았는데…….
“예 알겠습니다 답이 없다는 것이군요” ‘사실 한 두 번도 아닌데 이런 것도 생각하지 않고 행사 유치는 왜 하셨나요?’ 라는 말을 목구멍에 삼키며 전화를 내려놓았다.
 
김천시 슬로건은 뭘까? ‘아이 낳기 좋은 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고 하면서도 어린이날 행사장을 찾지 못해 이 곳 저 곳을 전전한다. 자녀들이 5월 5일 만큼은 종합운동장 같은 곳에서 안전하고 넓게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하건만 맨날 전국 행사라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 난다.

그뿐인가 스포츠타운을 잘 지어 전국에서 오면 뭐하나. 수영이 유일한 낙인 우리 엄마는 경기만 열렸다 하면 일주일 이상 못 가니 피해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다 돌아가지 않는가.

그렇지 않아도 장애인의 날이라 장애아들을 보육하는 나로서는 가슴에 바위 덩이 하나 울퉁불퉁 요동치건만 하필 오늘 같은 날 주차전쟁까지 있으니 좌불안석이 된다.
장애인의 날. 사실 장애인의 날도 없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법. 지금 같은 세상에 장애인 아닌 사람 또 누구 있을까?
그리고 장애, 비장애 굳이 나눌 필요가 뭐 있을까? 우리는 그저 똑같은 인간일 뿐인데 그저 불편함을 가진 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함께 어울려 공동체로 살면 되지 그 알량한 장애인의 날이라는 현수막 하나로 동정 따윈 보내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똑같은 인간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의식을 높여야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스포츠타운도 마찬가지이다. 행사를 많이 유치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지만 시민들을 우선 보호하고 교통안내를 친절히 하며 모두가 깃발이라도 흔들며 외지인들을 맞이해야 되지 않을까.
그것이 김천의 첫인상일수도 있는데 주차 때문에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안 하니만 못할 것이다.
어느 지역이었던가. 산천어 축제인가를 했는데 집집마다 ‘우리집 앞에 주차하세요’라고 써 붙여 놓아서 참 따뜻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오늘 같은 날,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미리 큰 주차장으로 안내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나 몰라라 하고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전화만 계속 돌려대는 그런 김천이라면 글쎄…… 사람살기 좋은 도시, 희망찬 미래 행복한 도시 김천이 맞는 말인가 싶다.
이 작은 것도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데 만약 정말로 큰 재난이 생긴다면 우왕좌왕 우리 시민을 어찌 보호할지 걱정될 뿐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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