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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정완영 시인 1주기 추모식에서 율산 이홍재 서예가는 서예 퍼포먼스를 펼친다. 대금 연주에 맞춰 흰 한복을 차려 입은 율산 이홍재 서예가는 장정 너덧이 족히 누울 수 있는 크기의 화선지에 붓을 들고 백수 정완영 시인의 시 ‘萬 古 靑’을 내려쓴다. 화선지 둘레에 둘러선 호기심 어린 뭇시선들. 먹물을 찍을 때마다 주옥같은 시구(詩句)가 그려진다. 흑백의 조화, 찡한 울림이 깃들인다. 사진작가는 서예가의 표정을 포착하느라 상하좌우로 촬영하기 바쁘다. 화선지 왼편에 기록도 남겼고 가운데 여백에는 무엇을 담으려는가? 옮겨 놓은 먹물대야에 대형 붓을 담그다 드니 먹물은 뚝 뚝 떨어지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왼손으로 훑어내려 짠 붓 꽁지가 예쁘다. 먹물이 묻어 한복 다 버렸는데도 개구쟁이처럼 먹물을 자주 먹는 붓 따라다니랴 정신이 없다. 무엇이라 쓰는가? 한문으로 다 쓴 것 같기도 한데 또 먹물에 담근다. 배부른 대형 붓, 두 손으로 잡아서 머리위로 치켜 올렸다가 사정없이 바닥으로 내리 친다. ‘黃嶽’ 의 마지막 획, 함성과 박수가 쏟아진다. 이제 끝내는가? 오른손을 먹물에 담근다. 모두 숨죽이고 주시한다. 먹물이 흐르는 오른손 들고 기운을 모으며 화선지 왼편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가장자리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펼친 다섯 손가락 사정없이 화선지에 내리 찍는다. 레슬링 심판관이 판정을 내리듯이. 직지사 ‘설법전’은 감동의 물결로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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