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천신문 | |
봄은 아토피를 앓고 있다 참을성 없는 간지럼이 세상을 벅벅 긁고 있다 긁힌 상처가 앵두씨처럼 내뱉은 새살에 꽃이 피었다 꽃은 사람을 읽고 마음을 보살핀다 작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키 늘이고 있을 산고사리 어린 꿈이 묻혀 있는 살 접힌 골짜기가 환해져서 좀 수굿해진 봄의 잔등을 가만히 쓸어보는데 툭, 꽃 하나가 진다 내 아래가 지는 때처럼 섭섭해라 다시 섭섭해서 지는 꽃들 다정히 바래다주려고 여기, 가장 길한 날을 받아 적는다 꽃이 진다 딸꾹질하듯 자꾸 꽃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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