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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버려지는 혈세 ①대항면 황녀의 마을

70억 투입 사업에 잡초만 무성

2015년경부터 사실상 사업 중단
자구책 마련은 여전히 의문
구심점 부재가 초래한 결과
활성화 방안 못 찾으면 운영권 반환도 고려

이성훈 기자 / kimcheon@daum.net입력 : 2019년 09월 19일
농촌 마을 종합개발사업으로 진행된 황녀의 마을이 수년간 방치돼 혈세 낭비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에서는 황녀의 마을을 찾아가 방치된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김천시청 관계부서, 황녀의 마을 운영위원회 관계자를 만났다. <편집자 주>

황녀의 마을로 가기 위해 대항면소재지에서 향천리 방면 소로를 따라 올라가보니 도로 여건이 열악했다.
면소재지 초입 도로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아스팔트 포장이 끝난 지점은 시멘트 포장이었는데 노면이 거칠었다. 게다가 도로 양 측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잡목이 무성했다. 초행자 입장에서 볼 때 이런 곳에 마을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도자기 체험은 물론 다도와 예절 교육을 위해서는 진입로 정비가 우선이라는 점을 볼 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다. 또한 이런 곳을 찾아올 체험 관광객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거친 노면을 따라 이동하다가 만난 황녀의 마을은 또 달랐다. 지금까지 지나온 노면과 달리 아스팔트 포장이 깨끗이 잘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도로도 상당히 넓었다.
약간의 기대를 갖고 계속 올라가니 황녀의 동산 체험관이 나왔다. 깔끔한 현대식 건물과 도자기 가마까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관리 상태는 엉망이었다.방치 된지 오래된 듯 앞마당에는 잡초가 자랐고 두 개의 출입문 모두 굳게 잠겨 있었다. 출입 흔적이 있는지 살펴봤지만 장기간 사용하지 않았는지 출입문 손잡이에서 먼지가 만져졌다. 체험관 아래에 위치한 가마터는 더 심각했다. 가마터로 가는 길 자체가 없었다. 무성한 잡초가 발목을 덮고 가시나무는 옷을 잡았다. 힘겹게 헤치고 들어간 가마터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간판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은 뽑아서 가마터 위에 올려 뒀다. 도자기를 빗고 다도를 배우고 예절을 배운다고 알려졌는데 어디서 도자기를 빚으며 어디서 교육을 받고 어디서 도자기를 굽는지 의문이었다. 황녀의 동산 체험관을 내려오다가 황녀관을 찾았다. 넓은 마당은 체험객이 주차하기 좋아보였으나 본래 용도를 상실했다. 농작물이 널리고 건물 한쪽에서는 들깨로 추정되는 것들을 세워서 말리고 있었다. 다행히 출입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교육용으로 보이는 책상이 한쪽으로 치워져 있었고 바닥에는 종이 몇 장이 굴러다녔다. 이곳 역시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황녀의 마을 현 관계자를 수소문 후 김천시 농촌개발계를 찾아갔다. 담당 공무원의 설명에 따르면 황녀의 마을은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이다.대표적인 상향식 사업으로 관에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 주민이 계획을 추진해 올리면 관에서 검토 후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비를 지원한다.대항면 향천리 황녀의 마을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사업을 준비했다. 도재모 추진위원장, 최기탁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인근 5개 마을 이장이 동참했다. 시 농촌개발계에서도 사업 지원을 위해 추진위원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교육과 지도를 했고 결과적으로 사업비 70억원을 받았다.황녀의 동산 조성에 10억원이 투입됐고 5개 마을 발전사업으로 60억원이 소요됐다. 이 사업으로 마을회관 리모델링, 기날저수지 정비, 농로 정비 등 5개 마을이 혜택을 봤다.
하지만 황녀의 마을이 수년째 방치돼 있고 자구책 마련이 어렵다는 점에는 시 관계자도 동의했다. 황녀의 마을 운영위원회 사무장 역시 동의했다. 2011년 김천시가 사업을 완료하고 황녀의 마을 운영위원회(추진위원회가 사업완료시점에서 운영위원회로 전환됐다.)에 운영권을 넘긴 초창기에는 현상 유지를 했다.도자기 체험을 위해 황녀의 동산을 찾아온 학생들이 나뭇잎 채취 과정에서 벌에게 쏘이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사고로 학생 뿐 아니라 교사까지 피해를 입자 교육청에서 체험 불허 방침을 세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위원회에서는 황녀마을 영농조합법인 조합원을 대상으로 예산을 출연하고 사무장을 채용해 해결책을 모색했다. 월급 지급이라는 출혈까지 감수했지만 6개월 후 실패했고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현재 진행중인 것은 경북도와 김천시의 상반기 하반기 점검뿐이다. 점검 때마다 관리를 당부하고 있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황녀의 마을 운영위원회에서는 김천시와 경북도에 협조를 구해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 하고 있고 김천시는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 컨설팅을 추진 중이지만 컨설팅 비용이 1천300만원에 달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관 주도 사업이 아니라 민간주도 사업이다 보니 초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처음보다 의욕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운영까지 잘 안되니까 하나 둘 외면하고 있다. 누군가 책임을 지고 조율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분석했다.
운영위원회 관계자도 “주민들끼리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부족한 전문성도 문제지만 책임지고 전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 부분은 공무원이 해 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그 부분이 약해 원활한 운영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천시와 경북도, 운영위원회가 합심해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잘 되지 않으면 운영권을 시로 넘기는 것도 고려중이다. 운영은 황녀의 마을 운영위원회에서 하고 있지만 부지는 시 소유다. 우리는 운영권만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 1. 황녀의 동산 체험관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힘주어 밀어 보고 흔들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 김천신문

↑↑ 2.가마터로 가는 길이 잡풀로 뒤덮였다. 가마터 앞은 잡목과 가시나무가 가로 막고 있어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 김천신문
↑↑ 3.가마터마다 다니며 만져보고 아궁이를 확인해 보았지만 불을 피운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 김천신문

이성훈 취재부장
이성훈 기자 / kimcheon@daum.net입력 : 2019년 0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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