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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탁 (시인·경북대평생교육원 강사) |
ⓒ 김천신문 |
냇가의 해오라비 무슨 일로 서 있느냐
무심한 저 고기를 엿보아 무엇 하려느냐
아마도 한 물에 있거니 잊은들 어떠하리
해오라비를 소재로 한 조선 중기의 시조이다. 유명한 문장가며 서예가인 신흠(申欽 호 象村 1566~1628)이 지었다. 광해군 때 자신이 직접 경험한 대북파와 소북파 사이의 당파싸움을 풍자한 작품이다. ‘해오라비’는 당쟁을 일으키는 권력자, ‘고기’는 죄 없이 피해를 입는 약자, ‘한 물’은 한 조정을 상징한다. 당쟁을 그치고 화평하기를 소망한 것이다.
하야로비 또는 해야로비는 해오라기(鷺)의 옛말. 하야로비가 음운 변천하여 해오라기가 됐다. 해오라기의 준말에 해오리가 있다. 경상·전라 방언에 해오라비, 해오래비, 해오라기, 전라도 방언에 해오라지가 있다. 언제부터 이런 새이름이 사용됐을까. 하야로비라는 말은 15세기 중기 석가의 일대기를 적은 불교서 “월인석보”에 맨 처음 그 용례가 나타난다. 번역시집 “두시언해”·불경 해석서 “금강경삼가해”, 16세기 초기의 한시 입문서 “백련초해”·한자 학습서 “훈몽자회”에서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16세기에는 하야루비라고도 썼다. 하야루비 가운데 흰 하야루비를 한자어로 백로(白鷺)라 했다. ‘하야’ 또는 ‘해’는 ‘하얗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해오라기는 어떤 새인가. 왜가릿과에 딸린 철새다. 백로와 집단을 이뤄 혼성 번식한다. 유라시아, 아프리카 및 미주 대륙의 온·열대에 거쳐 분포해 겨울에 온대로 남하 이동하는 새다. 일부의 무리는 필리핀 까지 간다고 하며, 일부는 한국의 남부지방에서 텃새가 되기도 한다. 이마·눈썹선·턱밑·목·가슴·배는 희고, 머리·등·어깨는 검은 빛을 띤 풀빛이며 다리가 여름에는 붉은색, 겨울에는 누른색을 띤다. 윗목에서 등으로 가늘고 긴 흰색 깃이 나 있다. 푸른 해오라기를 한자어로 벽로(碧鷺)라 했다. (한국동식물도감, 표준국어대사전)
왜가리는 어떤 새인가. 왜가릿과에 속하는 새로서 보호조다. 동부시베리아·한국·일본 및 유럽·아프리카·오스트레일리아에 분포한다. 일부 무리는 한국의 중남부 이남에서 겨울을 나는 텃새가 되기도 한다.
알다시피 왜가리는 김천의 시조(市鳥)다. 우리나라에 번식하는 백로류 중 가장 큰 새로 대개 백로와 함께 서식한다. 정수리·목·가슴·배는 흰색, 눈 위에서 뒷머리까지는 검은색으로 두세 개의 댕기깃이 있다. 전신이 회색을 띄어 곧잘 재두루미와 혼동되기도 한다. 한자어로 창로(鶬鷺)라고도 한다.(표준국어대사전, 국립중앙과학관)
황악산 하야로비공원 조성 관련 언론 기사와 시정 홍보물에 하야로비를 왜가리로 간주한 글이 보인다. 하야로비를 왜가리의 옛말이라거나 동의어로 본 것이다. 시조 왜가리에 대한 사랑이 넘친 것인가. 하야로비는 소주, 동아리, 무용단, 듀엣가수, 식당, 팬션 등의 이름에 활용되고 있는 어감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순우리말. 하야로비 소주에 취한 것인가. 하야로비를 왜가리라 함은 난센스다. 두 새가 각각 백로로 지칭되는 경우는 있으나 왜가리와 해오라기가 동의어는 아니다.
막대한 돈을 투여해 조성하는 황악산 자락 하야로비공원이 지니는 의미는 중대하다.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황악산과 직지사의 자연·역사·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문화·생태 체류형 관광지가 되기 때문이리라. 시정 당국에서 각별한 열성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공원의 정체성과 상징성 부여에 착오가 없어야 할 것이다. 하야로비가 왜가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