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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거대한 전쟁터였습니다. 끊임없는 자연재해와 인간의 탐욕이 부른 지배와 약탈의 전쟁 그리고 생존의 존망을 위협하는 돌림병의 창궐은 원시인류로부터 초정밀 과학과 IC환경의 지배를 받는 21세기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유형과 규모만 달리할 뿐, 똑 같은 역사의 도전은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전염병의 역사는 적어도 기원전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간이 외부의 영양을 섭취해 에너지를 얻고 생명현상을 이어가는 것처럼 세균과 바이러스는 이러한 대사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저들 나름의 생존방식인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에게 영양이 필수이듯 세균과 바이러스의 생존에는 인간숙주가 기생영양의 필수 병원소(病原素)가 되는 것인데요. 아예 세균과 바이러스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으면 전염병 없는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인류 또한 살아남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세균과 바이러스는 인류 공동의 적이면서도 공존해야할 운명공동체와 같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2억 명의 사망자를 낸 흑사병과 수 천만 명을 죽음으로 내몬 천연두 그리고 1918년 우리나라에도 780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으로 지구촌에는 1억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으로 죽은 인구보다 전염병으로 사망한 인구가 훨씬 많다는 통계를 대하는 지적(知的) 당혹감은 참담할 뿐입니다. 의?과학이 이토록 발전한 지금까지 이들 많은 전염병 중 완전 정복을 이룩한 질병은 천연두가 유일하다니 인류의 앞날은 끊임없는 전염병과의 전쟁이 예비돼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픔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이들 전염병이 인류에게 재앙만 남긴 건 아닙니다. 중세 유럽을 뒤흔든 흑사병은 교권(敎權)의 신성(神聖)에 얽매어 있던 인류에게 종교개혁과 인간성회복 그리고 합리적 과학정신을 탄생케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코로나19로 불리는 중국 우한발 폐렴으로 온 나라가 패닉 상태를 보이고 아비규환의 집단공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폭증하는 대구지역은 폐허의 도시란 말이 생겨났고 우리 김천에도 어김없이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상권은 말할 것도 없고 친인척간에도 만남을 두려워하면서 이웃을 경계하고 원망하는 제발 꿈이었으면 싶은 고통의 도가니 속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전염원의 원천차단이라는 방역의 기본을 이념의 잣대로 방치한 정부의 무능을 이제라 원망만 하면 무엇 하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개인위생 준수 같은 당면한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병은 불신과 배척, 자신만을 생각하는 인간애의 상실이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코로나19는 전파력은 강한 반면 치사율은 극히 낮아 개인위생과 건강만 잘 지켜나간다면 크게 두려워할 게 못됩니다. 지나친 불안은 영혼에도 지워지지 않는 커다란 후유장애의 트라우마를 남기게 됩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김천시민들이기에 최선을 다하고도 내가 좋아 찾아오는 전염병이라면 기꺼이 맞이하여, 일전을 치른다는 담대한 각오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내리라 확신합니다. 지금 벌써 산수유와 매화가지에는 꽃술이 경이로운 저들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찬연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질서이겠습니까? 인간에게 아름다움과 행복의 웃음꽃을 선사하고서도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대자연의 자비심을 믿고, 오늘도 이웃사랑의 넉넉한 큰마음을 열어 가십시오. 시민 여러분. 풍랑이 잠시 일렁이지만 물은 그 자성(自性)을 잃지 않듯, 살아갈 우리 먼 인생길에서 오늘의 짧은 고통!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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