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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당신도 ‘성착취’를 묵인하고 계십니까


이동현 기자 / elight2240@naver.com입력 : 2020년 04월 09일
ⓒ 김천신문
디지털 성범죄의 경각심을 일깨운 ‘n번방 사건’은 일부 남성의 일탈이 아니다. 유교문화로 성문화에 유독 폐쇄적이지만 성착취에는 관대한 한국사회의 이중성이라는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다.

한국의 ‘성착취 시장’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고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지만 다양한 분야로 위장해 사회 곳곳에 퍼져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비단 성매매뿐만 아니라 성매매 알선 사이트, 불법 촬영물, ‘룸’이라는 이름의 변종업소, 버젓이 광고로 접하게 되는 성인방송, 접대문화로 잘 알려진 유흥주점… 이 모두는 성착취를 기반으로 굴러가는 산업이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성착취 시장 규모에 대한 조사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이뤄진 적이 없다. ‘남성의 사회생활에서는 필요악이고, 그럴 수 있지’라는 인식 자체가 굳어져 불법이지만 ‘묵인’하고 있다.

미국 암시장 전문 조사기관 하보스코프닷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20억 달러(약 15조억원)로 세계 6위다. 1~5위는 중국, 스페인, 일본, 독일, 미국 순. 이중 스페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보다 인구가 훨씬 많다. 인구대비 성매매가 월등히 많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같은 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형정원)이 발간한 ‘조직범죄단체의 불법적 지하경제 운영실태와 정책대안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30조원에서 37조원에 이른다. 당시 정부가 1년간 적발한 성매매 시장이 1조5천70억원 규모였다. 형정원은 현실적으로 성매매 단속률을 4~5%라고 봤다. 단속률이 4%라면 성매매 시장은 36조6천700억원, 단속률이 5%일 때는 30조1천400억원이 된다.

김천시의 한해 예산이 1조원 규모로 빗대어 볼 때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이 추악한 사회의 악으로 굴러 들어가고 ‘돈’이 되니까 더욱 발전하는 악순환이 연속되고 있다. 이는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규모다. 특히나 평화동 청소년 유해지구(여인숙 골목), 부곡동 유흥가 등 성착취 산업에 취약하게 노출된 점을 고려하면 김천도 어마어마한 자금 유통이 있을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성매매를 제외한 변종업소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성착취 시장의 규모는 그보다 더하다. 대략적인 추정치조차 없다. 불법화된 시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은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텔레그램 n번방이 논란인 지금 이 순간에도 랜덤채팅을 비롯한 채팅앱, SNS 등지에서는 ‘XX사진 교환하자’, ‘영통으로 XX 보여줌’ 등의 글이 1분이 멀다 하고 올라오고 있다. 디지털 성문화는 ‘범죄’가 ‘범죄’임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호기심에 당연한 행동으로 포장돼 예비범죄자들을 옹호하고 장려한다.

온라인을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세력을 키운 성문화는 다시 성착취 산업의 발전에 박차를 가한다. 립카페·하드코어·핸플·텐카·짭텐 등 종류가 다양하고 이름만 봐서는 어떤 행위가 이뤄지는 곳인지 알기 어려운 은어로 불려 단속을 피하거나 건전한 업소인 ‘척’하는 눈속임으로 교묘하게 단속을 피한다. 이들은 성착취 산업 종사자들이 근처 미용업, 의류업 등 시장경제에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필요악’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은밀하다는 이유로 실태조사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은밀한 산업이 어떻게 30조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 n번방만 처벌할 게 아니라 성착취 산업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피해를 당하고 있다. 사회가 이번 일을 묵인한다면 더욱 커지고 추악해져서 또다시 문제를 초래할 것은 예견된 재앙이다.

시민들 모두가 진정으로 행복하고 살기 좋은 김천을 바란다면 그에 걸 맞는 선진적이고 건전한 성문화가 자리 잡는 것이 우선이다. ‘성(性)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성착취 산업이 어쩔 수 없이 공존해야하는 필요악’이라는 인식 자체를 고쳐야한다. 본인이 n번방에 참여자가 아니라서,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니어서 성착취 문화에 또다시 ‘관대’하다면 사회의 발전은커녕 악화일로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현 기자 / elight2240@naver.com입력 : 2020년 04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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