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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영희(수필가 ·효동어린이집 원장) |
ⓒ 김천신문 |
가는 여름 아쉽다고 매미가 저리도 운다. 우리는 하루 확진자가 몇 명인지 그 숫자만 헤아리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엔 서로 정이 오가야 하건만. 이게 무슨 일인지 가족 간에도 사회적 거리를 둬야하니 참말 이런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얼굴은 마스크로 꽉 동여매고, 눈만 빠꼼 내놓아야 하니 복면하고 모두들 전쟁터에 나가는 군사들 같고, 악수라도 할라치면 반가운 게 아니라 가까이 올까 두렵다. 어디 살짝 재채기라도 했다하면 일제히 폭탄 보듯이 하니 ‘나 하나 때문에 남들 피해줄까’ 금세 눈치 보게 된다.
나야 살만큼 살았으니 추억이라도 꺼내며 살 수 있는데 고등학생 내 아들은 이제 막 세상 밖으로 훨훨 날아가려는데 혹시 평생 마스크 끼고 로봇처럼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안 그래도 불안한 세상, 코로나19까지 먹구름으로 덮쳤으니 여유는 어디가고 두려움만 더 생긴다. 막연한 불안감, 공포, 불신에 휩싸여 초조해지고 우리 몸에 내제되어있던 걱정 유전자가 마구 발동한다.
사하라 사막에 사는 잿빛 모래 쥐는 묘한 습성이 있다고 한다. 건기가 다가올 무렵이면 풀뿌리를 모아 저장하기 시작하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사막을 헤집고 다니며 열심히 풀뿌리를 모은다. 무사히 건기를 보내려면 2kg정도면 되는데 10kg 이상 충분한 풀뿌리를 비축한 뒤에도 계속 그것을 찾아다닌다.
결국 풀뿌리가 너무 많아 썩어버리는 지경인데도 풀뿌리를 못 모으게 방해하면 극심한 불안감에 의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죽어버린다. 이처럼 태생적으로 걱정이 많은 모래 쥐와 같이 우리도 평소보다 심리적 위협을 더 많이 받는 요즘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생각을 15%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85%한다고 한다. 이를 알면서도 잘 개선이 안 된다. 자꾸 내 탓이 아니라 남의 탓 같고 하루에도 오만가지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하나 끝나면 또 하나 걱정이 튀어나오고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히다보면 크게 한 번 웃을 일이 진짜 드물다.
그냥 누구나 겪는 일일 텐데 나만 힘든 것 같고, 억울하기 까지 하고, 나처럼 힘든 사람 또 있겠냐, 누가 내 속을 알까 각자가 생각하는 것 같다. 인생의 걸림돌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부에 있다고 한다.
어쩜,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복잡해진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냥 단순하게 살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건 도인이나 할 일이지 내겐 참 쉽지 않은 일 같다. 코로나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할텐데…….
어릴 적 살갑게 지냈던 외삼촌이 장남 결혼 시킨다는데 갈 수 없고 친한 친구가 교통사고 나도 병문안을 못 간다. 누가 돌아가셨는데 관을 멜 사람이 없어 화장도 간신히 했다하니 보통 일은 아니다. 아파도 안 되고 죽어도 안 된다.
어서 이 답답한 마스크를 제발 좀 벗고 마음껏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다. 여행 좋아하는 내 아들이랑 배낭 하나 둘러메고 들로 산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그 동안 못 느꼈던 소소한 일상이 새삼 그립다.
매미가 요란스럽게 운다. 7년이란 긴 세월을 땅속에서 견디다 겨우 허물 벗고 세상에 나와 한 달, 그리고는 일주일 간 목청껏 노래 부르다 가는 매미 인생이다. 각자 지키라는 예방수칙 제발 좀 잘 지켜 우리 모두 하얀 이 크게 들어내고, 얼싸 안고 웃을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