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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수필 무흘구곡, 청암사 기행 - 가서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람 있어(하)

이영신(대구 ·청암사 탐방객)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23일
무흘구곡, 청암사 기행 - 가서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람 있어
                                          (하)


백팔참회 의식이 끝나니 점심공양 시간이다. 스님들이 손수 만든 정성스런 무공해 산나물 반찬의 뷔페식 음식이다. 들기름으로 무친 시레기무침, 잡채, 감자튀김, 묵은 김치, 미역국에다 가래떡까지 한 접시 … 큰 쟁반에 가득 담아 육화당 마루에 둘러앉았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확 트인 사방에 잠자리들이 날아다니는데, 두 분의 김천 손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니 별미이다. 지위에 어울리지 않게 매우 소박하신 두 분이시다. 소박한 천연 뷔페 점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맛있다.

빛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인현왕후가 기도하던 곳을 찾아 발길을 옮긴다. 숲속 돌계단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니 보광전이 나타난다. 다포식 팔작지붕을 하고 방문객을 맞고 있다. 그 옆에 함원전이란 현판이 보인다. 서인으로 강등된 왕비는 여기서 몸을 숨기며 상처받은 심정을 달랬나보다.

폐위된 왕후 아닌 왕후는 남인세력의 감시와 위협을 피해 어머니 은진 송씨 부인의 외가와 인연이 깊은 이곳, 청암사로 피신해 3년간 은거했단다. 보광전 법당에 들어가니 42수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이곳에서 인현왕후는 외가에서 보내준 시녀 한 명을 데리고 기도하고 수도산 곳곳을 다니며 상처 받은 심신을 을 달랬다고 하니.

ⓒ 김천신문

숙종과 인현왕후와 장희빈이 펼치는 사랑과 질투, 음모가 뒤섞인 사연은 오래 전부터 사극과 영화, 드라마를 통해 알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인현왕후」에서는 박순애, 전인화, 강석우가 주연을 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순애 배우의 조용하고 후덕한 외모와 차분히 연기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오늘 빛솔 선생님께서 보여주시는 인현왕후의 사진을 보니 이목구비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박순애 배우의 인상과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청암사를 나와서 무흘구곡전시관에 들렀다가 용추폭포에 닿는다. 피서와 힐링을 겸해 찾아온 관광객이 계곡에 넘친다. 도로변엔 주차하기가 힘들 정도다. 용추폭포의 작은 주차장에 내리니 안내판이 우리를 맞이한다. 무흘구곡의 종착지이자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용추폭포는 높이가 17미터, 선녀탕으로 불리는 물구덩이 깊이가 3미터로 옛날 선녀의 몸이 승천 했다는 전설이 있다. 또, 옛날 수도암에서 종을 훔쳐 도망가던 도둑이 빌을 헛디뎌 종이 폭포로 떨어졌는데 이후부터 비 오는 날마다 종소리가 울린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한강 선생이 이 폭포를 노래한 시가 눈에 띈다. “아홉구비 고개 돌려 지난 일을 생각하니/내 마음 산천만 좋아 이러함이 아니로다/오묘한 진리를 어이 말로 다 하리오/이곳을 버려두고 어디가서 별천지를 물어야 하나//”

출렁다리를 타고 계곡을 건너 숲길을 헤쳐 용추폭포를 찾아 간다. 아까 청암사 함원전의 액자 속으로만 봤던 인현왕후의 편지를 크게 확대해 게시해 놓아 편지의 내용을 자세히 읽을 수 있게 해 놓아 좋다. 용추폭포에 이르니 세상의 온갖 상념들이 날아가는 것 같다. 더위와 속세의 먼지를 한꺼번에 다 날려보낸다.

용추폭포 옆으로 난 인현왕후길을 버그만과 손을 잡고 왕후가 되어 걸어 본다. 좌절감과 모진 고통 속에서 자신을 내려놓으려 얼마나 많은 애를 태웠을까? 희빈 장 씨처럼 악한 생각도 하지 못 하면서. 인현왕후, 그녀가 여기서 기도한 끝에 복위되어 올라간 것은 청암사 스님들의 기도 덕분이 아닐까 싶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나를 찾는 자기 발견의 체험이라고 한다. 자신을 발견하고 거기서 무엇을 얻어오는 것에 여행의 진가가 있지 않을까.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깊이 사유해 보고 새로운 나를 발견해 본다. 오늘 무흘구곡과 청암사 여행에서.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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