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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공원-혼자 보는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랴

김선규(수필가 ·전 김천여고 교장 )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9일
↑↑ 김선규(수필가 ·전 김천여고 교장 )
ⓒ 김천신문

수필공원
혼자 보는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랴


사람이 태어날 때도 혼자이지만 죽을 때도 그 자신 혼자다. 하지만 자라면서, 키워주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말을 배워 소통을 하면서 또래를 사귀면서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함께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런 사회에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바깥 세계와 단절되어, 외톨이로서 혼자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너무나 삭막하다.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 감탄을 한다고 해도 나 혼자서 탄성을 지어서는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내 옆에 나를 이해하는 이가 같이 있다면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은 곱이 되고, 배가 되어 더욱 크게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내 앞에 산해진미의 진수성찬이 마련되어 있다손 치더라도 내가 먹는 양은 한계가 있어, 단박에 그 좋고 맛있는 음식을 다 먹어치우지는 못할 것이다.

음식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왁자지껄 즐기면서 담소를 나누거나, 때로는 한껏 들떠 떠들어대며 먹어야 음식의 맛을 더욱 흠뻑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삶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갓진 길을 홀로 걸어가면 그 길의 주위에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 별천지라고 해도 흥취에 빠지기 보다는 걸음에 지쳐 길이 더 멀게 느껴져 지레 지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함께 할 연인이나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 같이 함께 한다면 오순도순 다정하게 정이 넘치는 얘기들을 쏟으며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충분히 완상하는 기꺼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앞에 처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일이라는 명제 때문에 지레 지칠 수도 있을 테지만, 나를 이해하고 같이해 거들어주는 도반이나 동반자가 함께 한다면 일은 일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참으로 사람의 마음은 변화무상해서 어제 품은 생각이 오늘은 여의치 않는 수가 잦다. 늘 한결같은 마음이라는 것은 없다고 본다. 젊은 시절에 좋아하는 이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눌 때에 흔히,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처럼 온갖 좋은 말들로써 상대의 마음에 환심을 사려고 한다. 그래서 순탄하게 일이 잘 진행되어 결혼에 골인하게도 된다.

하지만 혼례를 치르고 같이 살다보면 좋게만 보이던 점들이 묻히고 자꾸 나쁜 점들이 드러나게 되고, 이제는 ‘내 사람’이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함부로 말을 하거나 마구 대하게 되어, 연애할 적에 약속한 얘기들은 까마득히 잊어버리는 것은 부부 사이에 겪게 되는 일상적인 과정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한 평생 긴 세월을 같이 하는 삶이기에 부부가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고 배워 익혀 닮아 가는가 보다. 금슬이 좋은 어르신 부부의 같이 찍은 사진을 대하다보면 거의 대부분의 부부가 어쩌면 그렇게도 얼굴이 닮아있는지!

외롭게 따로 이웃해 자라는 두 나무가 각기 자라면서 서로 의지해 가지를 부대끼다 한 몸으로 붙은 나무를 연리지(連理枝)라고 하는데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애틋해서 가지를 부대끼고 껍질이 벗겨져 한 몸으로 붙게 되었을 것이리라.

부부라고 해서 같이 해로하는 입장에서 의지할 곳은 아마도 자식보다는 가까이 있는 아내이고 남편일 것이다. 아내가 무릎이 쓰리고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한번은 의원에 가 아픈 무릎에 주사를 맞았다. 한동안 잘 걸어 다니며 아프지 않고 좋다고 한다. 테니스로 아픈 무릎에 주사를 맞은 이가 그랬다. 이른바 그 ‘뼈주사’라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지 근본적인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몇 해 전에 아내가 아픈 허리를 종합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몇 번 허리뼈가 어긋났고 협착증이 있어, 언젠가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때로 아내가 허리가 아프면 ‘수술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고 하면 아직은 괜찮다고 한다.

아내에게서 물파스는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다. 아픈 무릎에 파스를 발라 냄새로 방 가득히 채워도 바르고 또 바른다. 하룻밤을 자고 나면 그 약이 효험이 있어 아프지 않다고 한다.
내가 아프지 않으니까, 아내의 그 말이 맞는 말인지를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남편의 걱정을 덜게 해주려는 배려일 거란 걸 나는 안다.

퇴임한 후에 아내와 산사 순례를 기획하고 있어, 암자도 오르고 유명 산사에 두루 돌아다니고 싶은데 아내의 아픈 무릎으로 가능할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에 영양 수하 계곡에서 본 진달래꽃 ‘꽃 천지’에 아내가 그렇게 찬탄을 연발하며 환희에 겨워하던 그 곳에 때맞추어 들르고도 싶다.

나는 공적 행사로 해외에 서너 번 다녀 온 적이 있지만 아내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어 은근히 남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말에 심드렁한 걸 봤다. 지난해 봄에 아내가 절에서 스님을 모시고 신도들과 인도 여행을 다녀와서는 얼마나 얼굴에 희색이 만면하던지! 이제는 둘이 같이 떠나는 해외여행을 생각한다.

아무리 아름답고 별천지이며 유토피아 같은 극락이 펼쳐진다고 해도 나와 같이 여유를 부리며, 넉넉한 시간을 함께할 동반자이며 도반인 아내와 충분히 허여된 시간을 누림이 행복의 뿌리이고 내 삶의 근간일 것이다.

행복을 그득히 한 짐 지고, 맞장구치고 감탄하며 같이 볼 아름다움을 찾아 평생의 길동무인 동반자, 아내와 손잡고 길을 나선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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