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두어도 마음은 따뜻하게
민경탁 논설위원
5월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들어온 코로나19로 경계가 강화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둬야 하며, 공동체 연대가 느슨해졌다. 인간관계의 정립에 틈새가 생겼다. 마스크를 쓴 채 어린이 날(5. 5), 어버이날(5. 8), 스승의 날(5. 15), 성년의 날(5. 17), 부부의 날(5. 21)을 보내야 할 판이다.
어린이들이 상처나 학대 받지 않고 소중히 자라는 사회가 돼야 하겠다. 지난 2월 말 ‘정인이 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작년 3월 말부터 ‘민식이법’이 시행됐다. 아동 학대와 살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의 안전운전 의무화, 부주의로 인한 상해사고나 사망사고를 막아보자는 법이다. 어린이는 성인의 이상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존재다. 어린이에게 어른의 모범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어버이들이 빠르게 고령화, 소가족화 되고 있다. 노부부만 사는 가족이 보편화 되어 가고 있다. 1인가구가 늘고 농촌은 점점 늙어간다. 농촌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2.5%로 2015년보다 4.1%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화율 15.7%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농가 넷 중 셋은 노부부 또는 노인 혼자 산다.
코로나19 파동이 4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니, 노부모의 손을 기꺼이 잡아드리지 못하고 마스크를 쓴 채 어색하게 대해야 한다. 이렇게 어버이날을 챙기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이웃 어느 지자체에서는 ‘카네이션 대신 전해드립니다’ 이벤트행사를 전개하고 있어 큰 공감을 주고 있다. 부모님께 감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자녀를 대신해 지자체가 그 마음을 전달해주는 행사다. 자녀가 부모의 주소, 인적사항, 마음을 전하는 편지글을 지자체에 이메일로 보내면 해당 주소지로 카네이션꽃다발과 감사카드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상이 뒤틀린 부모, 외로운 부모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장 파울이란 독일의 소설가는 ‘아내가 없는 남자는 몸체가 없는 머리이고, 남편이 없는 여자는 머리가 없는 몸체’라 했다. 부부란 애정을 기초로 결혼해 두 개체가 하나로 뭉쳐진 조합이다.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父子)가 있고, 부자가 있은 뒤에 나머지 모든 인간관계도 있다. 부부에서 인륜이 비롯되며 사회와 국가의 다스림이 관계되니 인류의 번영에서 부부관계가 지극히 중요한 단위임은 두 말 할 나위 없겠다.
세태와 가치관의 변화로 부부관계가 다양화 되고, 이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9년 기준 통계청 지표에 의하면 한국의 이혼율은 인구 천 명당 약 2.2명이라 한다. 2020년 6월 기준으로 세계 27위를 기록했다. 황혼 이혼율이 늘고 있는 추세다. 노벨상을 두 번 받은 프랑스의 물리학자 퀴리 부인은 ‘가족들이 서로 맺어져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이 정말 이 세상에서의 유일한 행복’이라고 했다.
가정은 있는데 가족이 축소되거나 또는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파동이 겹쳐지니 가정과 집의 가치가 재발견된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사무실은 축소되고 있다. 재택근무로 가정의 영역은 오히려 확장되며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복지정책도 정서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가족 보살핌의 복지방식이 더 유행할지 모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인간의 고독과 고립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므로.
가족은 사회의 가장 기본조직이며 가정은 인류공동체의 기본적 단위이다. 가족과 가정은 무엇보다 강력한 연대의식으로 맺어지기에 행복의 총체가 된다. 어쨌든 가정은 지켜져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증을 유심히 방역하며 백신을 몸에 장착하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잃지 말아야 한다. 거리를 두며 이웃과 소통하면 결국 가정과 사회와 인류가 행복해질 것이다.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