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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공원-김천의 벚꽃길을 걷는 날은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4년 04월 24일
ⓒ 김천신문
  김영호 / 화양연화 대표 / 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새벽부터 분주했다. 5인분 밥은 미리 예약을 해두어서 고슬고슬하게 잘 되었다. 큰 양은그릇에 밥을 퍼서 식혔다. 20장짜리 김밥용 김 2봉지는 4등분으로 잘랐다. 하루 전 씨감자를 넣으면서 밭 가장자리에서 수확한 미나리는 끓는 물에 데치고 김가네 맛꼬방의 참기름 등으로 잘 버무렸다. 미나리 무침은 솜씨 좋은 아내의 몫이다. 밥이 어느 정도 식은 후에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4등분한 김 한 장에 밥 한 숟가락 정도를 놓고 골고루 폈다. 짜지 않을 정도로 달래장을 넣고 미나리 무침을 얹었다. 주걱으로 살짝 누른 다음 원기둥 모양으로 김밥을 말았다. 옆구리가 삐져나온 김밥은 바로 영호 입으로 들어갔다. 간도 잘 맞고 미나리 풍미도 좋았다. 평소에 꼬마김밥을 쌀 때는 간장만 넣거나 볶은 김치를 넣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김밥을 싸면서 아침밥도 해결했다.

8시 30분에 화양연화 농장에 모였다. 딸아이의 이사 때문에 감기몸살 기운이 있는 아내를 열심히 설득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영호와 아내, 첫째 누나, 둘째 누나, 남동생 이렇게 다섯 명이다. 같이 커피를 마셨다. 날씨도 화창했다. 신비 복숭아꽃은 거의 만개가 되었다. 진한 분홍빛의 수술과 암술이 있는 안쪽과 연분홍 꽃잎이 잘 어울리는 꽃이다. 포도밭과 복숭아밭을 둘러보았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논농사를 짓던 곳이다. 이어서 사과농사와 자두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2021년에 30여 년 된 자두나무 100여 그루를 100여 일 동안 영호 혼자서 베었다. 포크레인 작업을 하고 퇴비를 넣고 비닐하우스를 짓고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복숭아나무는 3월 13일에 심었다.

화양연화 농장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준비운동을 마치고 차에 올랐다. 아내의 추천으로 예정에 없던 봉계초등학교 부근부터 가기로 했다. 대신로에 들어서서 폐교된 대신초등학교를 지나고 대신역 사거리에서 개령면 방향으로 들어서서 감천의 대동교를 지났다. 영호가 대신초등학교 다닐 때는 나무다리가 놓여 있었다. 다리를 건너서 김선로를 따라서 김천방향으로 조금 달리다가 김천순환로에 올랐다. 대항면과 봉산면은 오래 전부터 김천 포도의 산실이라 들판은 온통 하얀 비닐로 뒤덮여 있다. 봉계초등학교 인근의 벚꽃도 한창이었다. 초등학교 들어가는 왼쪽에는 2019년에 세운 ‘개교100주년기념비’가 있다. 바로 이웃해서 영욕의 세월은 보낸 ‘벽송정승화장군추모비’가 있다. 조선전기 성리학의 대가인 ‘문장공매계조위선생사적비’와 시조시인으로 유명한 정완영의 ‘백수시비’도 나란히 세워져 있다. 역사와 전통의 고장인 봉산면에도 봄이 오고 있었다.

차를 돌려서 조마로 향했다. 김천순환로를 타고 혁신도시를 지나서 남김천대로를 타다가 조마로에 들어섰다. 들판은 바쁘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대파도 보이도 포도나무도 보인다. 감천의 장암교를 지나서 왼쪽으로 들어섰다. 벚꽃이 만개했지만 차량 통행이 많아서 갓길에 차를 세우기는 위험했다. 용호로를 달리다가 용상교를 건너기 전에 우회전하니 대방천을 따라서 길 양쪽으로 벚꽃이 만개했다. 이곳을 조마벚꽃길이라고 한다. 준비된 주차장이 없어서 차가 교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곳에 주차를 했다. 만개한 벚꽃, 깨끗한 대방천의 물, 따스한 사월의 햇살이 어우러진 날이었다. 동생하고는 참으로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다. 느긋하게 걸으면서 세상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진을 찍다가 하다 보니 차량이 많아졌다.

다시 차에 올라서 오봉저수지로 향했다. 조마면에서 무안로를 달려서 농소면의 율곡천과 거의 붙어 있는 백봉로에 들어섰다. 길을 낼 때 물길을 따라 내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른쪽에 있는 봉곡리는 둘째 누나의 시댁이 있었던 마을이다. 이산 저산의 골짜기를 따라 난 길을 오르내리는 중에도 김천의 봄은 소리 없이 분주했다. 다시 농남로로 갈아타고 혁신도시를 지나서 오봉로에 들어섰다. 오봉저수지는 10여 년의 공사 끝에 1989년 1월 1일 준공했다. 처음에는 인근의 남면과 농소면, 아포읍 등의 농업용수 공급의 목적이었다. 지금은 전국의 수상스키 동호인이나 인근의 혁신도시나 김천, 구미 등에서 발걸음이 많은 관광지이기도 하다. 두 곳을 거쳐서 오느라 모두들 시장기가 돌아서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가의 평상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잎이 나지 않은 아카시아나무 밑이라 그늘 반 햇빛 반의 적당한 장소였다. 김밥, 사과, 오렌지, 커피, 과자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여느 식당의 점심보다 훨씬 맛있었다.

점심을 달게 먹고 저수지 둘레를 따라 만든 데크길을 걸었다. 저수지를 정비한다고 베어 둔 물가의 나무에는 유독 거북이가 많이 보였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해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크길은 오봉저수지 입구부터 오봉대교, 오색테마공원을 지나서 반대편 오봉대교까지 연결이 되어 있다. 벚꽃은 오봉저수지 입구부터 오색테마공원까지 저수지 쪽의 길 가장자리에 피어 있다. 데크길을 걸으면 그늘을 만들어 주는 벚꽃과 4월의 햇살에 반짝이면서 벚꽃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물결이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오봉로 반대편의 산과 물이 맞닿은 데크길에서 동쪽을 보면 맞은편인 오봉로와 네크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벚꽃길이 장관이다. 오봉저수지 수면을 선대칭으로 벚꽃길과 주변의 산은 똑같은 모양으로 물에 담겨 있다.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은 김천의 삼산이수의 하나인 금오산이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다시 화양연화 농장으로 왔다. 오봉저수지에서 화양연화 농장까지는 6킬로미터 남짓에 15분 정도가 걸린다. 차를 마시고 복숭아밭에서 사진을 찍었다. 몇 시간 전보다 꽃이 더 핀 것 같았다. 복숭아꽃도 좋고 벚꽃도 좋다. 2024년 4월 7일 일요일에 김천의 봉계, 조마, 오봉저수지의 벚꽃길을 아내와 누나와 동생과 함께 걸었다. 전국적인 벚꽃 명소인 연화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피했다. 정작 아름다고 좋은 경치는 그리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있다. 김천의 벚꽃길을 걷는 날은 화양연화(花樣年華), 오늘도 참 좋은 날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4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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