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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 위기를 찬스로, 국보를 원래 자리로

민경탁(본지 전 논설위원)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4년 08월 29일

황석영 작가의 작품 중에 “탑”이란 단편소설이 있다. 황석영이 월남전 때에 해병대 청룡부대원으로 참전한 체험이 스피드한 문체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작으로 주인공 ‘나’, 오상병은 작가 황석영의 자화상이라 보면 된다. 9명의 내 부대의 임무는 오래된 탑을 적이 옮겨가지 못하게 지키는 것이다. 치열한 전투로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탑을 지켜낸다. 하지만 전투가 끝난 후 온 미군들이 캠프와 사격진지를 짓겠다고 탑을 무참히 무너뜨린다. 제3세계의 종교와 문화를 무시하는 전쟁의 잔인함과 무의미함을 그려낸 작품으로, 2024 수능 특강 제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강대국의 논리로 제3국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은근한 비판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원래 탑은 부처의 사리나 경전을 보관하는 장소다. 불상은 직접 부처를 대하여 예배를 올리는 대상이다. 불교에서 사찰을 건립하는 의도는 탑을 세우고 불상을 앉혀 예배하기 위함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탑은 중국을 거쳐 4세기 후반에 시작되었는데 인도나 중국의 탑과는 다른 양식으로 건립돼 왔다. 백제지역에서 목탑을 모방한 석탑이 비롯되고 신라에서는 전탑을 모방한 석탑이 시작됐다. 한국에선 석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대미술과 불교미술의 대표가 된다. 그래서 탑은 어느 나라에서건 역사의 사인(Sign), 인류 구원과 희망의 상징이 되어 중요한 문화재로 보호된다. 바빌론의 바벨탑, 피사의 사탑, 파리의 에펠탑, 도쿄의 도쿄타워 등등.

갈항사 동·서석탑은 주민등록이 여러 번 바뀌었다. 김천 남면 오봉리가 본적인데 현재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정원에 가 살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삼층석탑으로 알려진다. 삼국유사 권4 승전촉루 편에 승전법사가 개창했다고 적었다. 생일이 서기 692년(통일신라 효소왕 1)이다. 신라가 불교문화를 찬란히 꽃 피우던 때. 갈항사 쌍석탑은 758년(경덕왕 17)에 축조, 30여 년 뒤인 원성왕 대(785〜798)에 석탑기를 새겼다. 일제강점기에 해체, 일본으로 가져가려 이전을 시도했는데 해체하니 동탑 기단에서 이두문으로 된 명문(銘文)이 나왔다. 신라시대의 탑에서 이렇게 건립 연대와 경위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이 탑뿐이라 알려진다.

1995년 경복궁 내에 서 있는 동탑(사진 문재원 제공)
현재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서 있는 갈항사 쌍석탑(사진 민경탁 제공)

1916년 2월, 명문이 있는 동탑을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인천 부둣가까지 운반, 미처 배에 싣지 못하고 잡초 속에 방치되어 버렸다. 그해 6월에 동탑이, 1921년에 서탑이 각각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있는 경복궁 정원으로 주민등록이 옯겨졌다. 김천 남면 원래의 자리에는 표지석만을 남겨놓은 채. 동·서 두 탑은 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99호로 지정, 2005년에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정원으로 또 옮아 살게 되었다.

갈항사 쌍석탑은 신체의 각 부위가 균형을 이뤄 몸매가 좋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자랑하는 국보 제112호인 감은사 삼층석탑과 건립 연대와 모양이 가깝다. 건립 연대로 봐 감은사 삼충석탑(682년), 불국사 석가탑(742년;종전엔 751년으로 봤음), 갈항사 쌍석탑(758년) 순이다. 세 탑은 몸매가 매우 닮았다. 갈항사 쌍석탑의 생가터를 찾아가 볼라치면 지금 사유지로 남아 있어 승용차 진입조차 어렵다. 석조 석가여래좌상(보물 제245호), 비로자나석불좌상이 남아 생가를 지키고 있다. 동탑에서 청동사리함과 금동사리병, 서탑에서 청동주전자, 자기 조각, 썩은 종이, 골편 등이 나왔는데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에 가 있다. 1995년 경복궁 복원사업 때 이 삼충석탑을 반환해 주도록 문재원 전 향토사연구회장이 주도해 간곡히 요청했으나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거절당했다.

갈항사 쌍석탑이 국립대구박물관으로 또 쫓겨갈 예정이란 소식이 들린다. 어처구니없는 뉴스다. 남대문을 지방도시로 이전해 줄 것인가. 고향 생가로 데려올 적기가 스스로 굴러왔다. 지금은 문화재는 제 나라, 제 자리로 돌려주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다. 행정 조치에 앞서 시민과 향토사 애호가, 지역사회 출신 사학자의 지혜를 모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과 시 의장, 국회의원이 앞장서고 있음에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제 문화와 문화재를 제대로 전승하지 못한 나라가 선진국이 된 예는 없다. 그동안 지자체 김천이 경제 개발과 건설을 우선하여 문화유산 보전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이제 위기를 찬스로 삼을 때가 왔다. 향토 문화유산이 지역사회에 새로운 부(富)를 낳을 것임은 자명하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4년 0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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